문과생 설 자리 사라진다… 주요 대학 인문계 합격생 절반 이상 ‘이과’

입력 : 2025-06-15 14: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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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대학 인문계열 학과 340곳
합격생 55.6%가 ‘미적분’ ‘기하’
21곳은 아예 합격생 전원 이과생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6월 모의평가 시행일인 지난 4일 부산 사상구 주례여고 3학년 교실에서 학생들이 문제를 풀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6월 모의평가 시행일인 지난 4일 부산 사상구 주례여고 3학년 교실에서 학생들이 문제를 풀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2025학년도 주요 대학의 인문계 학과 정시 합격생 중 절반 이상이 자연계 수험생인 것으로 확인됐다. 인문계 학과임에도 아예 합격생 전원이 이과생인 곳도 20곳이 넘었다. 통합수능 도입 이후 수학 과목 간 유불리 문제가 누적되며 문과생의 교차지원 불이익이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입시 전문업체 종로학원이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공개한 2025학년도 정시 합격생의 수학 선택과목 비율을 분석한 결과, 수도권 주요 17개 대학의 인문계 학과 340곳의 합격생 55.6%가 수학에서 ‘미적분’ 또는 ‘기하’를 선택한 것으로 집계됐다. 다만 서울대, 고려대 등 일부 대학은 수학 선택과목별 합격자 비율을 공개하지 않았다.

2015 개정 교육과정 도입에 따라 현재는 고교에서 문·이과 구분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통상 수학 선택과목으로 ‘미적분’이나 ‘기하’를 선택하면 이과생, ‘확률과 통계’를 선택하면 문과생으로 분류된다. 사실상 자연 계열 학생들이 인문계열에 교차 지원해 합격했다는 뜻이다.

이 중 연세대 아동가족학과, 성균관대 자유전공계열, 서강대 인문학기반자유전공학부, 한양대 정보시스템학과(상경) 등 17개 대학 21개 인문계 학과에서는 합격생 전원이 미적분 또는 기하를 택한 이과생이었다. 연세대 응용통계학과(89.5%), 서강대 경제학과(89.7%), 성균관대 글로벌경영학과(77.8%) 등 인기 상경계 학과는 물론, 국어국문학과, 영문학부, 외국어교육학부 등 전통적인 문과 학과에서도 절반 이상이 이과생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현상은 통합수능 구조의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수학은 선택형으로 운영되는데, 동일한 원점수를 받아도 미적분과 기하 선택자의 표준점수가 확률과 통계 선택자보다 더 높게 형성되는 구조다. 이 때문에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해 이과생들이 문과 학과로 대거 교차 지원하는 ‘문과 침공’이 이어지고 있다.

입시업계는 이 같은 현상이 2026학년도, 2027학년도 수능에서도 지속 발생이 예상되고, 수학에서 선택과목 간 표준점수차이도 여전히 미적분, 기하가 높게 나타날 것으로 전망한다. 경제·경영 같은 인기 학과는 물론 어문계열 학과에서도 이과생 비중이 높아지는 추세로, 문과생으로서는 합격선 예측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이다.

종로학원 임성호 대표는 “수능 채점 결과에서 선택과목 간 점수 차가 공개되지 않는 구조도 수험생들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며 “수시에서도 내신 성적이 상대적으로 높은 이과생들이 문과로 대거 교차 지원할 가능성이 커, 문과생들의 혼란은 앞으로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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