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높았던 부산시 산하 공공기관 경쟁률 4년 새 절반 아래로 ‘뚝’

입력 : 2025-06-15 17:20:37 수정 : 2025-06-15 17: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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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일반직은 경쟁률 3분의 1로
사기업과 임금 격차 확대 등 원인
‘연금 개편’ 9급 공무원 지원도 급감
경쟁률 떨어지면 서비스 질도 하락
“인적 자원 투자 강화, 제도 개선을”

올해 4월 8일 부산시청 로비에서 열린 ‘부산 혁신도시와 함께하는 2025 지역인재 공공기관 합동 채용설명회’에 참가한 취업 준비생들이 상담하고 있는 모습. 부산일보DB 올해 4월 8일 부산시청 로비에서 열린 ‘부산 혁신도시와 함께하는 2025 지역인재 공공기관 합동 채용설명회’에 참가한 취업 준비생들이 상담하고 있는 모습. 부산일보DB

높은 인기를 구가했던 공기업, 공무원의 인기가 시들하다. 공공 서비스의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서 인재 확보가 필수적인 만큼 적극적인 투자와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0일 부산시에 따르면 부산시 산하 17개 공공기관 2025년 상반기 통합채용 경쟁률은 27.7 대 1로 나타났다. 320명 선발에 8856명이 지원했다.

부산시 공공기관 신입 직원 채용 시험 경쟁률은 4년 새 절반 아래로 떨어졌다. 21년 상반기에는 257명 선발에 1만 6345명이 몰리며 경쟁률은 63.6 대 1에 달했다.

지원에 특별한 자격 조건이 없고 채용 인원이 많은 행정·일반직 신입 사원의 경우 급락 추세는 더욱 가파르다. 올해 행정·일반직 신입사원 채용 시험에는 98명 선발에 4918명이 지원해 경쟁률이 50.18 대 1로 집계됐다. 2021년 상반기엔 51명 선발에 8468명이 지원해 경쟁률이 166.03 대 1로 나타난 것과 대조된다.

일선 공기업에서는 2021년부터 실시된 공공기관 통합채용 이후 경쟁률이 전반적으로 낮아졌다고 분석한다. 중복 지원이 가능했던 이전과 달리 지원자 1명이 1곳에만 지원할 수밖에 없어 경쟁률에 끼었던 거품이 빠진 결과라는 것이다.

최근 물가 급등과 그에 따른 민간 영역의 임금 상승 폭을 공기업 등 공공 영역이 못 따라 가는 것도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부산교통공사 관계자는 “민간 영역과의 임금 격차 확대로 공공 부문 입사 선호도가 과거에 비해 상대적으로 하락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과거보다 구직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청년 인구 수 자체가 줄고, 자율과 개인의 성장 등을 추구하는 MZ 세대가 조직 문화가 경직된 이미지의 공기업을 기피한 결과라는 분석도 있다. 부산도시공사 관계자는 “공공기관 입사 경쟁률이 정점을 찍었던 시기에 비해 인구 구조 등 노동 시장 환경과 구직자들의 공직에 대한 가치관 변화 등이 종합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한때 지원자 수가 1만 여명에 육박했던 9급 공무원의 인기도 하락세다. 9급 공무원 선발 시험 지원자 수는 4년 새 60% 넘게 줄었다. 2021년 8608명이었던 9급 일반행정 직렬 공무원 시험 지원자 수는 올해 3803명에 불과했다.

표면적으로 보면 올해 경쟁률은 49.4 대 1로 2022년 9.3 대 1보다 크게 올랐다. 하지만 이는 2022년 833명에 달했던 선발 인원이 올해 77명으로 크게 줄면서 나타난 일시적인 현상에 불과하다. 부산시에 따르면 코로나19 대유행기 늘어난 행정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공무원을 대거 충원했고, 당시 휴직했던 인력이 최근 대부분 복직하면서 현재 각 구·군마다 신규 선발 여력 자체가 줄어든 상황이다. 부산시는 일시적으로 줄어든 선발 인원이 1~2년 뒤 다시 평년 수준으로 늘면 경쟁률도 다시 낮아질 것으로 전망한다. 부산시 인사과 관계자는 “공무원 연금 개편 등 공직 입직에 대한 유인이 과거에 비해 약화된 것이 사실”이라며 “행정복지센터 등 일선에서 일하는 공무원들이 악성 민원인에 시달리는 사례도 젊은 세대가 공직 자체를 기피하는 현상을 심화시킨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공직 입직에 대한 경쟁률을 적정하게 유지해야 하고, 이를 위해 적극적인 투자와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공직 시험 경쟁률이 지나치게 낮아지면 확률적으로 지원자 가운데 선발할 수 있는 우수 인력의 수가 적어져 장기적으로 공공 서비스가 질적으로 하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과도하게 많은 구직자가 공직 시험에 몰리는 현상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우수한 인재가 공직에만 몰리면 기업 등 민간 영역의 경쟁력이 약화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동아대 행정학과 강혜진 교수는 “지금처럼 공직에 대한 지원이 줄어드는 상황에서는 기존 인력의 역량 강화와 직무 몰입도 제고를 위한 교육과 투자가 중요하다”며 “공직의 매력을 회복하기 위한 보상 구조 개선, 조직 문화 개선, 유연한 인사제도 도입 등의 구조적 변화가 뒷받침돼야만 공공 서비스의 질을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우 기자 frien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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