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15일(현지 시간) “이란은 대량파괴무기(WMD)를 계속 개발할 것”이라며 사실상 휴전 요구를 거부했다. 이란도 공격받는 상황에서 휴전 협상에 나설 의향이 없다 밝히며 맞공격을 예고했다. 네타냐후 총리가 이란에 대한 이스라엘의 군사 공격 영향으로 이란 정권이 교체될 수 있다고 시사했고, 이란도 보복 강도를 높이면서 양측의 충돌은 격화될 전망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미국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란의 정권 교체도 이스라엘 군사 노력의 일부냐는 질문에 “이란 정권은 매우 약하기 때문에 분명 결과가 될 수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두 가지 목표 달성을 위해 필요한 모든 것을 준비했다”며 “두 가지 실존적 위협인 핵 위협과 탄도 미사일 위협을 제거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핵 시설 제거를 강조함과 동시에 공습의 목표가 이란 정권 교체라는 점도 시사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공격 개시 직후 “사악한 정권의 탄압에 맞서야 한다”며 이란 국민들에게 맞서 일어설 것을 촉구하는 등 내부 반발을 유도하고 있다.
그는 “우리는 우리를 지키기 위해 행동했지만, 이는 우리뿐 아니라 세계를 이 선동적인 정권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정권이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무기를 갖도록 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는 9개의 핵폭탄을 만들 수 있는 우라늄 농축을 발견했다. 우리는 두 번째 홀로코스트, 핵 홀로코스트를 허용할 수 없었다”고 이란 공격을 정당화했다.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를 암살하려는 이스라엘의 계획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거부했다는 로이터 통신 보도 관련 질문에는 "그 문제는 다루지 않겠다"며 답변을 피했다.
이란도 당장 이스라엘과 휴전 협상에 나설 의향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로이터통신은 15일 소식통을 인용해 이란이 이런 입장을 카타르와 오만 등 중재국 측에 밝혔다고 보도했다. 이 소식통은 “이란은 이스라엘의 선제공격에 대한 대응을 마친 뒤에야 협상에 나설 수 있다는 입장”이라며 “공격을 받고 있는 동안에는 협상하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전했다.
양국 충돌이 나흘째 격화하면서 갈등이 사그라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양국에 협상을 촉구하면서도 이스라엘 지지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는 특히 이란의 보복 공습 등으로부터 중동 지역의 맹방인 이스라엘의 방어를 계속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합의가 이뤄지길 바라지만, 어떻게 될지는 지켜봐야 한다”며 “때로는 국가들이 싸워야 할 때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달 미국이 인도와 파키스탄의 충돌을 중재한 것처럼 “이스라엘과 이란의 적대 행위를 중단하도록 하겠다”고 말했지만 ‘이스라엘에 이란에 대한 공습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나’라는 질문에는 “나는 그것에 대해서는 말하고 싶지 않다”며 답을 피했다. 이에 양국 갈등이 장기화하면서 확전 가능성도 커지는 것 아니냐는 국제사회 우려도 나온다.
한편, 지난 13일부터 양측간 공습이 계속되면서 인명 피해도 속출하고 있다. 이스라엘이 이란 공습을 시작한 이후 이란에서는 최소 224명이 사망했다. 이스라엘 측에서는 최소 14명이 사망하고 390명이 부상했다고 당국이 집계했다.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