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된 주민센터 새로 짓기가 이리 어렵나… 예산 못 잡고, 부지 못 정하고

입력 : 2025-07-21 16:02:16 수정 : 2025-07-21 17:5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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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현4동복합청사 준공 2년 연기
총사업비 88억→120억 급증 탓
급경사지 고려하면 공사비 늘어
40년 넘은 남천1동행정복지센터
2년 넘게 새 부지도 선정 못 해

부산 수영구 남천1동행정복지센터 앞 도로 모습. 전용 주차장이 없어 주차된 차량을 피해 운전해야 한다. 박수빈 기자 부산 수영구 남천1동행정복지센터 앞 도로 모습. 전용 주차장이 없어 주차된 차량을 피해 운전해야 한다. 박수빈 기자

부산 남구 문현4동행정복지센터 입구 모습. 주민센터가 아파트상가 3층에 자리한 탓에 입구를 찾기가 어렵다. 박수빈 기자 부산 남구 문현4동행정복지센터 입구 모습. 주민센터가 아파트상가 3층에 자리한 탓에 입구를 찾기가 어렵다. 박수빈 기자

부산 지역 행정복지센터 건립 사업이 줄줄이 난항을 겪고 있다. 사업 초기 경사 지역 공사를 고려하지 않아 공사비가 증가하거나, 마땅한 부지를 찾지 못해 2년 넘게 삽조차 뜨지 못하는 곳도 있다. 주민들은 협소하고 노후한 시설을 계속 이용할 수밖에 없어 불편이 장기화할 전망이다.

21일 부산 남구청에 따르면 내년 준공 예정이었던 문현4동복합청사는 2028년으로 준공이 연기될 전망이다. 당초 67억 7000만 원으로 책정됐던 공사비가 92억 6000만 원으로 급증해, 재정영향평가와 지방재정투자재심사 등 추가 행정 절차를 밟게 됐기 때문이다. 공사 기간 증가로 감리비와 행정 비용까지 늘어나며, 총사업비는 기존 88억 원에서 약 120억 원까지 불어날 것으로 보인다.

공사비가 폭증한 배경에는 남구청의 부실한 사업 계획이 있다. 당초 평지를 기준으로 공사비를 산정했지만, 실제 부지는 급경사지라 특수공법 적용이 불가피한 곳이었다. 구청은 사업 구상 단계에서 이를 고려하지 않고 평지를 기준으로 공사비를 산정했다는 입장이며, 늘어난 비용은 전액 구비로 충당할 계획이다.

문현4동복합청사는 내년까지 지하 2층~지상 2층 규모로 지어질 예정이었다. 문현동에 단독 복합문화청사를 조성해 달라는 주민들의 오랜 요구를 반영한 사업이다. 이 건물에는 문현4동 행정복지센터와 생활문화센터, 작은도서관 등이 들어설 예정이었다.

2006년 준공된 문현4동 행정복지센터는 아파트 상가 3층에 자리해 공간이 좁고 입구를 찾기 어렵다. 또 고령층이 많은 지역 특성상 문현4동 주민복합센터를 행정복지센터로 착각해 헛걸음을 하는 경우가 잦다. 주민복합센터는 행정복지센터와 약 500m 떨어진 곳에 있다.

남구청 재무과 관계자는 “가용 재원 안에서 최대한 예산을 확보해 신속히 사업을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구청이 2년 넘게 사업 부지를 정하지 못하며 사업이 멈춰 선 사례도 있다. 수영구청은 남천1동행정복지센터를 내년까지 재건립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현재까지 부지 후보군조차 확정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초 일정대로라면 2023년에 부지를 확보하고 올해 착공에 들어갔어야 했다.

수영구청은 수영동 행정복지센터 건립에 역량을 집중하느라 남천1동 부지 물색이 어려웠고, 남천동은 가용 부지가 부족하고 땅값이 높아 사업지 선정이 어려웠다는 입장이다.

1984년 준공된 남천1동행정복지센터 역시 엘리베이터가 없어 휠체어 사용자는 센터 2층 행사장 등을 이용하기 어렵다. 게다가 주차장마저 없어 일대에는 불법 주차가 속출한다. 센터 앞 도로는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이지만, 길가에 주·정차된 차를 피해 다니기 위해 차량이 중앙선을 넘어 다니는 위험한 상황이 이어진다.

부산대 김동현 도시공학과 교수는 “주민 불편을 줄이고 예산 낭비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구청이 사업 초기 현실적인 계획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평지나 접근성이 좋은 부지를 찾기 어렵다면 기존의 공실 상가 건물을 활용하거나 활용도가 낮은 공공시설에 함께 행정복지센터를 입주시키는 등의 방안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 박수빈 기자 bysu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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