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소상공인을 살리겠다는 취지에서 2020년 도입한 부산 지역화폐 동백전(사진)이 그동안 학원·병원비에만 전체의 23%가 넘는 2조 1991억 원이 쓰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재명 정부가 지역화폐를 지역 상권 살리기의 첨병으로 꺼내든 만큼 동백전이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4일 〈부산일보〉가 확보한 ‘2020~2025년 동백전 사용 내역’에 따르면 시행 첫해인 2020년부터 지난 5월까지 총 9조 3223억 원이 동백전으로 결제됐다. 이 중 학원·교육업에서 9679억 원, 병원·약국업에서 1조 2312억 원이 사용됐다. 두 분야를 합하면 2조 1991억 원으로 5년여간 동백전 총 결제액의 23.5%를 차지한다. 5년여간 동백전의 평균 캐시백률은 약 7.5%였는데, 단순히 계산하면 지금까지 학원비와 병원비 할인에만 약 1649억 원의 부산시와 정부 예산이 투입됐다.
동백전 결제액에서 학원비는 해마다 증가 추세를 보였다. 2020년 학원비는 전체의 8%대에서 2023년부터 10%를 넘으며 그 비율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에는 12.0%, 1684억 원이 사용됐다. 병원비는 동백전 운영 첫해부터 매년 10% 이상을 차지한다. 동백전 결제액이 소형 학원, 의원뿐만 아니라 영어유치원, 대형 입시학원, 중대형 병원 등 소위 ‘목돈’이 드는 영역에 쓰인 것으로 추정된다.
동백전은 대형마트와 백화점, 유흥업소, 중대형 직영 브랜드에서 사용을 제한하고 있지만 연 매출에 따른 제한은 없다. 이미 많은 매출을 올리고 있는 병원이나 학원의 할인 카드로 동백전을 사용하더라도 별다른 제약이 없다.
동백전 사용액은 캐시백 비율 변화에 따라 크게 요동쳤다. 2022년 7월까진 동백전 캐시백률은 약 10%였다. 덩달아 결제액도 꾸준히 증가해 2022년엔 결제액이 2조 6269만 원에 달하며 전성기를 맞았다.
이후 캐시백률이 약 5~7%로 줄어들자 결제액도 곤두박질쳤다. 부산시가 주도적으로 동백전 관련 정책을 짜려고 하더라도 정부 지침에 따라 캐시백률이 변화하고 사용량도 출렁이기 때문에 지자체 주도의 지역화폐 활성화 정책이 어려운 상황이다.
정부가 지역화폐 활성화를 내세우고 있는 만큼 ‘핀셋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소상공인 등 동백전 수혜층으로부터 집중적으로 제기된다. 특히 업종에 따라 캐시백 비율을 달리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부산시도 동백전 예산을 안정화해 소상공인 살리기 효과를 증대시킬 제도 개선안이 필요하다는 점에 공감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선 부산시가 중장기 계획을 수립해 동백전 효과 극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한다.
국립부경대 행정학과 이재원 교수는 “현재 동백전은 국고 보조 사업 성격을 지니는데 여기서 벗어나 부산시가 지역화폐 정책을 어떤 관점에서 추진할지 설정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동백전 중장기 기본 계획 수립하는 게 급선무다. 연구를 거쳐 시가 최적의 투자 규모와 사업 대상을 설정하고, 정부 지원은 플러스 알파로 사용해야 시 정책이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