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직 비자 수수료 100배 인상… 대미 투자 ‘비자 장벽’ 가세

입력 : 2025-09-21 20: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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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신청부터 1억 4000만 원
트럼프 대통령 포고문에 서명
아마존·MS 등 거대 기술 기업
핵심 인력 충원에 ‘직격탄’ 예상
고급 인재 미국 유출 줄어들 듯
국내 기업 당장 큰 영향 없지만
미국 투자 고민 기업에 새 장벽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9일 전문직 취업 비자(H-1B) 발급 시 수수료를 현행 1000달러에서 100배인 10만 달러(약 1억 4000만 원)로 올리는 내용의 포고문에 서명했다.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주한미국대사관에서 미국 비자를 발급받으려는 시민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9일 전문직 취업 비자(H-1B) 발급 시 수수료를 현행 1000달러에서 100배인 10만 달러(약 1억 4000만 원)로 올리는 내용의 포고문에 서명했다.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주한미국대사관에서 미국 비자를 발급받으려는 시민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9일(현지 시간) 전문직 취업 비자인 H-1B의 신규 신청 수수료를 10만 달러(약 1억 4000만 원)로 100배 인상하는 내용의 포고문에 서명하면서 세계 각국이 어떤 여파가 미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당장은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전문가 인력 수급에 차질을 우려하고 있다.

자동차, 조선 등 미 관세 장벽을 피해 미국 직접 투자를 고민하던 부울경 기업 등 국내 산업계에도 또 다른 장벽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백악관은 이번 조치가 저임금 외국인 노동자들이 미국 근로자의 일자리를 대체하고 국가 안보를 약화하는 비자 프로그램의 남용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포고문에서 “H-1B 비자 프로그램이 미국 노동자를 보완하는 대신 대체하는 방향으로 의도적으로 악용돼 왔다”며 “특히 IT 분야에서 이러한 관행이 두드러졌다”고 지적했다.

H-1B 비자는 과학·기술·공학·수학(STEM) 분야의 전문 지식을 갖춘 외국인 인력에게 발급되는 비자로, 연간 발급 건수가 총 8만 5000개로 제한돼 있다.

이번에 인상된 10만 달러의 납부금은 21일 0시 1분(미국 동부시간)부터 신규로 H-1B 비자를 신청하는 경우에만 적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매년 갱신 시마다 부과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으나, 백악관은 “기존 비자 소지자나 갱신 신청자에게는 적용되지 않는 일회성 수수료”라고 해명하기도 했다.

이러한 해명에도 미국 산업계는 이번 조치가 미칠 충격을 우려하는 모습이다.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 메타, 구글 등 미국 빅테크 기업은 이 제도를 통해 매년 수천에서 수만 명에 달하는 인력을 충원해왔기에 직격탄을 맞게 됐다. 올해만 해도 아마존과 MS는 1만 5000건이 넘는 H-1B 비자를 승인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 이공계 인재들의 미국 진출길도 좁아지게 됐다. 한국인은 매년 2000명 안팎이 H-1B 비자를 발급받는데 이번 조치로 감소가 불가피해졌다. 국내 경제계에서는 국내 고급 인재 유출이 줄어들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한편, H-1B 비자 쿼터의 약 70%를 인도인이, 10% 이상을 중국인이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장 국내 기업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부산·경남·울산 기업들 역시 한 발 벗어나 있는 분위기다. 자동차 부품업체 한 관계자는 “공장 신설 등에는 단기 상용 B-1 비자나 ESTA(전자여행허가)를 활용하는 경우가 H-1B 비자보다 많았기에 당장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최근 미국의 비자 관련 움직임은 지역 기업들의 투자를 꺼리게 하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특히 미국 조지아주에서 발생한 한국인 근로자 대규모 구금 사태는 이러한 우려에 불을 지피고 있다. 지난 4일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인력 300여 명이 취업에 부적합한 비자(ESTA, B-1/B-2)를 소지했다는 이유로 구금됐다. 이들 사례는 미국이 여러 형태로 외국 인력에 대한 빗장을 걸어 잠근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기계업체 한 관계자는 “단기 출장 인력 단속을 비롯한 비자 관련 문턱이 높아지는 것을 보니 앞으로 어떤 정책이 나올지 예측하기가 힘들다”며 “미국은 인력 운용 비용이 상당한데 비자 관련 사항까지 불확실성이 높아져 투자 리스크가 더 커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장병진 기자 joyfu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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