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한미 관세협상과 관련해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며 오는 31일 개최될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기간 중 협상 타결 가능성에 선을 그었다. 이어 “결국은 합리적인 결과에 이르게 될 것으로 믿는다”며 시간이 좀 지체되더라도 협상 자체는 타결될 것이라는 전망을 보탰다.
이 대통령은 23일 공개된 미국 방송사 CNN과의 인터뷰에서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미 통상협상을 타결할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며 이같이 밝혔다. 앞서 APEC을 계기로 한미 관세협상 합의가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지만, 이러한 낙관적 전망과는 달리 이 대통령은 협상 타결에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다만 시간의 문제일 뿐 협상 타결 자체에는 자신감을 나타냈다. 이 대통령은 “우리는 결국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 우리는 동맹이고 우리 모두 상식과 합리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시간보다 내용, 즉 그동안 이 대통령이 강조해 온 ‘상업적 합리성’을 갖춘 결과 도출이 더 중요하다는 점을 재차 강조한 것이기도 하다.
이 대통령은 이번 APEC 기간 북미 회동 성사 여부에 대해선 “(회동) 가능성이 크지 않다”면서도 “북미 만남을 전적으로 환영하고 적극 지원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은 세계 평화를 이루길 원한다고 생각한다”며 “제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피스메이커’ 역할을 맡아달라고 청한 이유”라고 덧붙였다. 현재 북미 정상 회동 가능성이 작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한반도 평화를 위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대화를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느냐’는 질문에는 “상대를 만나 대화하는 것이 많은 문제를 해결하는 첫 출발점이 될 것이라는 말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북미 회동에 나설 것을 당부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편, 물밑 한미 관세 후속 협상은 숨 가쁘게 이어지고 있다. 지난 22일 한미 관세협상 추가 논의를 위해 미국을 재방문한 대통령실 김용범 정책실장과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24일 새벽 귀국했다. 이들은 지난 22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DC의 상무부 청사에서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과 약 2시간 협상을 벌였다.
3500억 달러(약 500조 원) 대미 투자 패키지 구성 방안과 관련해 현금 비율, 자금 공급 기간 등 미해결 쟁점을 집중 논의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일주일이 채 되지 않는 기간 동안 양국 고위 당국자가 두 차례 만나 압축적인 협상을 벌이면서 장기간 교착상태를 벗어나지 못하던 관세협상의 가시적 성과가 임박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다만 김 실장은 이날 협상 후 취재진과 만나 “일부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나머지 쟁점에 대해 “논의를 더 해야 한다”고 말했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