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트럼프 회담 제안에 ‘무력 시위’로 응답… 서해서 미사일 발사

입력 : 2025-10-29 10:50:44 수정 : 2025-10-29 11:0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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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28일 서해 순항미사일 발사
트럼프 방한 앞두고 경고성 메시지 해석
김정은·김여정은 침묵… 북미 회동 ‘저울질’

북한 미사일총국은 28일 서해 해상에서 해상 대 지상(함대지) 전략순항미사일 시험 발사를 진행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9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북한 미사일총국은 28일 서해 해상에서 해상 대 지상(함대지) 전략순항미사일 시험 발사를 진행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9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북한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연이은 회담 제안에도 불응하며 ‘무력 시위’로 응수했다. 북미 간 대화 신호가 오가는 가운데, 북한이 순항미사일 시험 발사를 감행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인내심을 시험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조선중앙통신은 “28일 서해상에서 해상 대 지상(함대지) 전략 순항미사일 시험 발사를 진행했다”고 29일 보도했다. 미사일은 약 2시간 10분간(7800여 초) 비행 후 목표물을 명중했다고 밝혔다. 북한은 낮은 고도 비행으로 한미 탐지를 회피하는 능력을 과시했고, 함정에서 지상 표적을 타격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배에서 지상을 목표로 한 타격을 언급한 것은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겨냥한 ‘간접적 경고’라는 해석이 나온다.

시험 발사에는 북한군의 서열 2위인 박정천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이 참관했다. 그는 “핵 무력을 실용화하는 데 중요한 성과”라며 “핵 전투 태세를 부단히 벼리는 것(준비하는 것)은 우리의 책임적 사명이고 본분”이라고 말했다. 이번 발사가 ‘핵 무력 강화 시위’임을 명확히 한 셈이다.

북한은 앞서 지난 22일에도 평양에서 약 430km 떨어진 거리에 극초음속 단거리탄도미사일 2발을 발사했다. 평양에서 경주까지의 직선거리가 450km 안팎인 점을 감안하면, 최근 두 차례 도발이 APEC 정상회의를 염두에 둔 ‘정치적 메시지’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긴급 회동’이 거론되는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북한이 잇따라 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북미 대화 제안에 대한 사실상의 ‘거부 신호’로 해석된다. 현재로서는 러시아·중국과의 협력 강화를 우선시하며, 의도적으로 긴장을 높여 트럼프 대통령의 대화 추진 의지를 약화시키려는 계산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김 국무위원장과 김여정 당 부부장은 공개석상에 나서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아직 북미 회동 여부에 대한 최종 결정을 내리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아시아 순방 중 김 국무위원장과의 회동 의사를 재차 밝히며 북한을 ‘핵보유국(nuclear power)’으로 지칭하고 제재 완화 가능성도 시사했다. 북한은 이를 협상 카드로 인식하고, 긴장을 고조시키며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를 시험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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