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금·로비 혐의 부산 건설업체 사주 일가 징역형 집행유예

입력 : 2025-12-12 19:3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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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령한 돈은 상당 부분 아버지에게
불법 로비 혐의 ‘증거 위법 수집’
돈 받은 의혹 은행원·공무원 무죄

부산지법 동부지원. 부산일보DB 부산지법 동부지원. 부산일보DB

부산의 한 건설업체가 수십억 원대 비자금을 조성하고 사업 시행과 관련해 은행과 지자체 공무원들에게 뇌물을 건넨 ‘비자금·불법 로비’ 사건이 기소 2년 만에 1심 재판이 마무리됐다. 법원은 유죄 판결 부분에 대해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다만 불법 로비 혐의는 증거 수집의 위법성이 인정돼 다수의 은행원과 공무원들에게 죄가 없다고 판단했다.

12일 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 형사1부(이동기 부장판사)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건설업체 대표 A 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벌금 25억 원을 선고했다. 별건으로 재판받은 횡령 혐의에 대해서는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특경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 씨의 동생 B 씨와 전직 전무 C 씨에겐 각각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이 선고됐다. 해당 건설사 법인에 대해서는 벌금 5억 원의 판결이 내려졌다. A 씨와 B 씨의 아버지이자 창업주인 회장은 재판 도중 숨져 공소 기각됐다.

사건은 경영권 다툼이 촉발한 고소전에서 시작됐다. A 씨와 나머지 가족들 사이 불화가 발생하며 지분을 둘러싼 소송이 잇따랐다. 급기야 서로에 대한 고소·고발과 국세청 세무조사 등 폭로전으로 번지면서 삼부자가 모두 재판에 넘겨졌다.

A 씨는 2014년 8월부터 2020년 10월까지 총 82억 원 상당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하도급 업체에 공사 대금을 부풀려 지급한 뒤 현금을 되돌려 받는 방식으로 범행을 저질렀다. 허위 급여 명목으로 40억 원을 동생 B 씨에게 지급한 혐의도 받는다.

재판부는 아버지인 회장에게 25억 원이 현금으로 입금됐고, A 씨나 가족들에게 13억 원의 현금이 보내진 것이 상당 부분 비자금의 일부로 판단된다며 혐의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A 씨에 대해 “횡령 금액으로 이득을 누렸고, 단순히 소극적으로 아버지인 회장의 범행에 가담했다고 보기 어렵다”면서도 “비자금의 대부분을 사망한 아버지가 취득한 것으로 보이는 점, A 씨가 회사에 횡령 금액 대부분을 변제한 점, 아버지인 회장이 사망한 이후 상속 재산 상당 부분을 회사에 귀속시키는 것을 합의해 실질적으로 피해 복구가 이뤄진 점을 고려했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동생 B 씨는 2022년 건설업체 관련 자금 50억 원을 자신이 대표로 있는 회사에 사적으로 대여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부는 동생 B 씨에 대해 “배임에 가담한 액수 자체는 적지 않지만, 피고인도 가족들 사이에 상속 재산 협의를 통해 상당 부분 피해 복구를 한 점을 감안해 선고했다”고 설명했다.

불법 로비 사건에 대해서는 A 씨 등 사주 일가와 은행 직원 7명, 공무원들에 대해 법원은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수사 기관이 업무상 횡령·배임 혐의에 대해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면서 이와는 관련성이 없는 뇌물공여 부분을 위법하게 증거로 수집했다고 봤다. 재판부는 “검찰이 뇌물수수·공여와 관련한 다이어리와 선물 발송명단, 엑셀 파일 등 출력물을 확보한 것은 위법수집증거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다만 은행 직원 2명은 뇌물혐의와 별개로 해당 건설사에 70억 원을 먼저 인출할 수 있게 대출 조건을 변경해 준 것이 은행에 대한 배임 혐의가 인정됐다. 이들은 각각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은행 측에서 결과적으로 손해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말했고, 이들에 대한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밝혔지만, 손해 발생의 위험성은 있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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