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제22대 총선 당시 부산 수영구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유동철(왼쪽부터) 후보, 국민의힘 정연욱 후보, 무소속 장예찬 후보. 부산일보DB
지난해 4·10 총선 부산 수영구에 출마했던 후보자들이 각 당의 계파 갈등 중심에 서면서 존재감을 키우려 하고 있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 지도부와 각을 세우거나 강경 발언을 쏟아내며 당내 권력 주도권 잡기에 나섰다. 이들은 각각 친명(친이재명), 친윤(친윤석열), 친한(친한동훈)을 대변하고 있어, 수영구가 내년 6·3 지방선거에서 각 세력 간의 각축장이 되는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18일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3명을 뽑는 보궐선거 대진표가 비당권파와 친청(친정청래) 간 대결 구도로 17일 확정됐다. 친명으로 분류되기도 하는 비당권파에선 이건태·강득구 의원과 유동철 부산 수영 지역위원장이, 친청은 문정복·이성윤 의원이 출마했다.
이번 민주당 최고위원 보궐선거에서 가장 주목받는 건 지난해 총선 수영구에 출마했던 유 위원장이다. 유 위원장은 지난 10월 부산시당위원장 경선 과정에서 컷오프된 이후 정청래 지도부와 각을 세우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그는 “어떠한 이유도, 명분도 없는 컷오프는 당원 주권 말살”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후 정 대표의 1인 1표제 추진에 대해 “과정에서의 설득 부족·절차 부실·준비 실패의 결과”라고 수차례 비판의 목소리를 내며 당 지도부를 직격했다.
최근 유 위원장의 발언 수위는 더욱 세졌다. 그는 지난 16일 페이스북에 최고위원 출마를 선언한 문정복 의원을 향해 맹공을 퍼부었다. 유 위원장은 문 의원을 부산시당위원장 컷오프 사태 핵심 인물로 지목하며 거듭 사과를 요구했는데, 문 의원은 유 위원장을 겨냥해 “천둥벌거숭이, 버르장머리 고쳐야 한다”고 발언했다가 농담이었다고 해명했다.
이에 유 위원장은 “폭언을 셀프로 취소하고 당당히 최고위원 후보 등록하는 저 권위주의적인 모습에 이번 최고위원 선거는 단순한 보궐선거가 아니라 구태 권위주의 정치를 개혁하는 중대한 일전”이라며 “친청이라는 단어는 정청래 대표와는 사실 상관없이 당권을 휘두르며 권위주의 폐단을 답습하는 일부의 인사를 지칭하는 것이 아니겠냐는 의심마저 든다. 문정복의 친명에는 이재명이 없듯이, 문정복의 친청에도 정청래가 없어 보인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에서는 지난해 총선에서 수영구에 무소속으로 출마했던 장예찬 전 청년최고위원이 당내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장동혁 대표는 지난 15일 ‘원조 친윤’으로 평가받는 장 전 청년최고위원을 당 싱크 탱크인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에 임명했다. 장 대표가 당권을 강화하기 위해 장 전 청년최고위원을 부원장에 임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장 부원장은 연일 한동훈 전 대표를 힐난하며 당권파 행보를 보이고 있다. 최근 국민의힘은 친한계로 분류되는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한 중징계와 당원 게시판 조사로 분열이 가속화하는 분위기인데, 장 부원장은 최근 한 전 대표를 ‘당내 고름’이라고 표현하며 갈등에 불을 붙였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내 쇄신 요구가 빗발치는 가운데 장동혁 체제를 공고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다만 이 같은 장 부원장의 강경 행보가 주목되면 중도 확장을 막아 내년 선거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당내 우려가 나온다.
앞서 장 부원장은 지난 총선 당시 수영구 국민의힘 후보 공천을 받았으나 막말 논란으로 공천이 취소됐다. 당을 탈당한 뒤 무소속으로 출마했다가 낙선했다. 당시 한 전 대표는 비상대책위원장으로서 장 부원장의 공천 취소를 결정했다.
한편 같은 당 소속이자 수영구 당협위원장인 부산 친한계인 정연욱 의원도 장 부원장과 악연을 이어오고 있다. 한 전 대표가 대선 출마할 때부터 친한계에 합류한 정 의원은, 당 지도부가 지난 5월 장 부원장을 복당 결정하자 강하게 반발했다.
장 부원장의 복귀로 당내 갈등의 불씨가 지역에서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당시 정 의원은 “장예찬은 지난해 총선 당시 선당후사를 외쳐놓고, 탈당한 뒤 대통령 1호 참모 팔이로 당의 분열을 부추겼다”며 “장예찬의 해당 행위는 수영구민의 현명한 선택이 없었다면 더불어민주당의 어부지리 당선을 초래했을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