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9일 통일교 측으로부터 현금 등을 받은 혐의로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는 전재수 의원. 연합뉴스
‘통일교 금품 수수’ 의혹이 제기된 이후 잠행을 이어오던 더불어민주당 전재수(부산 북갑) 의원이 법적으로는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고 있다. 의혹을 언급한 현수막 게재자를 대상으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는 등 그간 행보와 다른 강경 조처에, 지역 정가는 그의 올해 지방선거 출마와의 연관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6일 부산 정치권과 경찰 등에 따르면 전 의원은 최근 부산 북구 일대에 자신의 통일교 금품 수수 의혹을 언급한 현수막을 건 이들을 대상으로 고소장을 접수했다. 제3자 진술은 확보된 상태이며 피고소인 조사가 조만간 진행될 것으로 알려졌다.
전 의원은 통일교 금품 수수 의혹이 불거진 이후 최근 공개 행보는 물론 발언도 자제하고 있다. 지난달 19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할 때까지 페이스북을 통해 적극적으로 자신의 해명문을 게재한 그는, 같은 달 25일 페이스북에 한일해저터널에 대한 자신의 반대 의사를 재확인하는 글을 올린 이후 침묵을 이어오고 있다.
이에 부산 정가에서는 전 의원의 이례적 강경 대응에 주목하며 올해 부산시장 선거 도전과 무관하지 않다는 관측을 내놓는다. 대외적으로는 침묵을 유지하는 동시에 자신의 의혹과 관련해 언급하는 것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대응하는 ‘투 트랙 전략’을 통해 향후 출마 시 발생할 수 있는 추가적인 외부 공세를 차단하려는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실제 최근 민주당 내부에서 전 의원의 부산시장 출마 대체 불가론이 커지는 것도 이러한 해석에 무게를 싣는다. 전 의원에 대한 경찰의 고강도 수사에도 아직 의혹조차 규명되지 않은 상태에서 지역은 물론 중앙에서도 전 의원에 힘을 보태고 있다. 민주당은 통일교 의혹이 불거진 이후 ‘부산시장 선거 플랜B’ 구상에 집중해 왔지만 아직 마땅한 대안이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6일 부산 북구 포천사거리에 ‘통일교 뇌물 의혹! 전재수 닥치고 특검!’ 현수막이 걸려 있다. 이은철 기자
전 의원은 부산시장 선거를 5개월 앞두고 여론조사 상으로 압도적인 독주를 달리고 있는 상황이다. 전 의원은 〈부산일보〉 의뢰로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지난 2~3일 부산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현역인 박형준 시장과의 가상 양자 대결에서 43.4%를 기록했다. 32.3%로 집계된 박 시장과의 지지율 격차는 11.1%포인트(P)에 달하는 것이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전 의원은 사실관계와는 별개로 6·3 지방선거를 약 다섯 달 앞두고 불거진 의혹 때문에 홍역을 치르고 있다”며 “대안이 없다는 당내 분위기를 감안하면 그의 이러한 법적인 조치는 정치적 셈법과 무관치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각에선 경찰이 전 의원을 지난달 31일까지 검찰에 송치하지 않으면서 2018년 금품 수수 의혹에 대한 정치자금법 위반죄는 공소시효를 넘겼다는 점도 이러한 행보의 배경이라는 해석을 내놓는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은 지난 8월 특검에 “2018년쯤 전 전 장관에게 현금 4000만원과 명품 시계 2점을 전달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정치자금법 위반의 공소시효는 7년에 불과하다.
이와 관련, 북구 모처에 ‘통일교 뇌물 의혹! 전재수 닥치고 특검!’ 현수막을 걸었다 전 의원으로부터 고소를 당한 개혁신당 정이한 대변인은 “정당한 해명 요구조차 견디지 못해 고소로 ‘입틀막’ 해버리려는 전재수 의원은 어떻게 부산의 거친 파도를 넘고, 시민의 삶을 책임지겠다고 말할 수 있나”라며 “전 의원이 정말 떳떳하다면 고소전이라는 정치적 술수 뒤로 숨지 말고 ‘특검’이라는 진실의 심판대 앞에 당당히 서라”라고 주문했다.
한편, 인용된 조사는 통신사 제공 휴대전화 가상번호를 활용해 무선 자동응답(ARS)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 응답률은 5.6%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