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가 1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국민투표법 전부개정법률안(대안)에 대한 무제한토론을 하고 있던 김정재 의원에게 토론 중단을 요청한 뒤 단상을 내려가고 있다. 송 원내대표는 앞서 더불어민주당에 대구·경북 행정통합 특별법 처리 협조를 요구하며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인 의사진행 방해)를 전면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지역 반발과 내부 이견 등을 이유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제동이 걸린 대구·경북(TK) 행정통합 특별법 처리를 두고 여야가 책임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국민의힘은 특별법 찬성을 당론으로 확정하고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법안 처리를 촉구했지만, 민주당은 야당 책임론을 앞세워 협상 조건을 높이고 있다. 6·3 지방선거가 점차 다가오면서 선거 전 광역 행정통합이 성사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1일 페이스북을 통해 민주당을 향해 TK 행정통합법의 신속 처리를 촉구했다. 그는 “국민의힘은 대구·경북 행정통합특별법이 2월 임시국회 회기 안에 신속히 처리될 수 있도록 민주당 측에 법사위 개최를 요구했다”며 “민주당은 행정통합법 처리를 더 이상 보류하거나 거부할 명분이 없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이 TK 행정통합법 처리에 합의 의사를 밝혔음에도 민주당이 법사위 회의를 열지 않자, 국민의힘 소속 TK 의원들도 집단 대응에 나섰다. 이인선 대구시당 위원장을 포함한 대구·경북 지역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날 공동 성명을 내고 특별법의 조속한 통과를 요구했다.
이들은 “대구·경북 행정통합은 특정 지역의 이익을 위한 법안이 아니라 수도권 일극 체제를 극복하고 인구 감소와 산업 정체라는 구조적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국가 전략”이라며 “더 이상 법사위 개최를 미룰 이유도, 명분도 없다”고 밝혔다.
민주당을 향해서는 “회의 개최조차 차일피일 미뤄지는 현실은 매우 유감스럽다”며 “정치적 계산이나 정쟁의 유불리에 따라 법안이 멈춰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전날 2·28 민주운동 기념식에서 김민석 국무총리가 행정통합 법안 통과 의지를 밝힌 점을 언급하며 국회의 결단을 촉구하기도 했다.
송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요구해온 필리버스터 전면 중단 요구를 수용했다. 앞서 민주당 소속 추미애 법사위원장은 국민의힘을 향해 법사위 회의 개최를 원한다면 필리버스터를 전면 중단하라고 요구한 바 있다. 이에 송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국민투표법’ 필리버스터 중단을 선언하고 민주당을 향해 법사위 개최를 재차 촉구했다.
반면 민주당은 법안 처리 여부를 협상 카드로 활용하며 국민의힘을 압박하는 모습이다. 정청래 대표는 지난달 27일 대구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1년에 5조 원씩 20조 원을 투입하겠다. 각종 특례 조항을 적용시켜 대구·경북 시민들·도민들 잘살게 해주겠다’고 하는데 정작 이 지역 국회의원들은 왜 반대하냐”고 말했다. 이어 “국민의힘 법사위원들, 장동혁 대표, 송언석 원내대표 일단 석고대죄하고 대국민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대구·경북 통합에 찬성 당론을 채택할 경우, 광주·전남 통합 법안과 함께 2월 임시국회 회기 내 일괄 처리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민주당은 여기에 더해 당 차원의 공식 사과와 필리버스터 중단, 개별 법안에 대한 명확한 찬성 입장 정리 등을 요구하며 협상 문턱을 높이고 있다. 행정통합법 통과를 촉구하는 TK 지역 여론을 바탕으로, 민주당이 추가 조건을 내세우며 국민의힘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치권에서는 민주당이 법안 통과 카드를 쥐고 국민의힘을 압박하되, 법안이 끝내 불발될 경우 ‘지역 차별’ 논란에 휘말릴 가능성도 함께 고려하고 있어 결국 법안을 통과시킬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정부가 통합 추진 의지를 공개적으로 밝힌 상황에서 국회가 제동을 거는 모양새가 될 경우 부담이 커질 수 있어 막판 타협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다만 이번 과정에서 드러난 국민의힘 지도부의 조율 능력 논란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당론 채택이 늦어지면서 지역 의원들과의 엇박자가 그대로 드러났고, 충남·대전 행정통합과 TK 통합을 둘러싼 대응에서도 일관된 메시지를 내놓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 안팎에서는 설령 법안이 처리되더라도 내부 후유증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