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해협 막히나… 산업·금융시장 동시 충격 ‘비상’ [미 공습 하메네이 사망]

입력 : 2026-03-01 18:41:07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 프린트

중동 사태 국내 경제 영향

이란 봉쇄 선언, 물류 차질 전망
고환율·유가 급등 공급망 불안
사태 장기화 시 비용 상승 불가피
국내 증시 단기 조정 가능성 거론

1일 서울 한국무역보험공사에서 열린 ‘이란 사태’ 실물경제 점검회의에서 참석자들이 관련 서류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1일 서울 한국무역보험공사에서 열린 ‘이란 사태’ 실물경제 점검회의에서 참석자들이 관련 서류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이란 최고지도자가 사망하는 등 중동 지역 긴장이 급격히 고조되면서 국내 산업계와 금융시장이 동시에 긴장 상태에 들어갔다. 이란이 국제 원유 수송의 핵심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선언하면서 에너지 수급과 물류 차질 우려가 커진 데다, 국제 유가와 환율 변동성 확대 가능성까지 겹치며 시장 전반에 경계감이 확산되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주요 정유사들은 주말 사이 긴급회의를 열고 원유 수급 상황과 유가 흐름, 해상 운송 리스크를 종합 점검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석유 물동량의 20~30%가 통과하는 전략적 요충지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기준 전체 원유 도입의 69.1%를 중동에 의존했고, 이 중 95% 이상이 이 해협을 지난다. 봉쇄가 현실화할 경우 원유 도입 차질과 국제 유가 급등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고환율 상황에서 유가까지 상승하면 정유사들의 비용 부담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업계는 현재 항행 중인 유조선의 위치와 안전을 점검하는 한편, 대체 항로 확보와 스팟(현물) 물량 도입 가능성 등을 검토 중이다. 중장기적으로는 미국·아프리카 등 비중동 지역으로의 도입선 다변화도 거론된다.

정부와 민간이 약 7개월분의 비축유를 확보하고 있어 단기 충격은 일정 부분 흡수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지만,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산업 전반의 비용 상승과 수요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해운업계 역시 비상 대응에 나섰다. SK해운과 팬오션, 에이치라인해운 등 유조선·벌크선 운용 비중이 높은 선사들에 있어 호르무즈 해협은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핵심 해상로다. 국내 최대 해운사인 HMM도 150여 척의 선단 중 20여 척(컨테이너선 1척 포함)이 해당 해역을 지나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해외 선사들이 이미 회항이나 우회 운항을 진행하는 만큼 국내 업체들도 항로 변경과 비상 운항 계획을 점검하고 있다. 과거 중동 위기 때는 미·영 연합군의 호위 아래 콘보이 방식이 운영된 사례가 있지만, 이번에는 미국이 직접 분쟁 당사자로 개입한 만큼 동일한 방식이 재현되기 어렵다는 관측도 나온다.

단기적으로 운임 상승 가능성으로 수혜를 볼 수 있다는 전망도 있지만 유가와 보험료 인상, 운항 거리 증가에 따른 비용 부담 확대가 수익성을 잠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항공업계도 긴장 상태를 이어가고 있다. 대한항공은 미국의 이란 공격 당일 인천발 두바이행 항공편을 회항시킨 데 이어 이후 운항편을 잇달아 결항 조치했다. 향후 중동 정세에 따라 추가 감편이나 노선 조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항공사들은 유가 상승과 환율 변동이라는 ‘이중 부담’을 우려하고 있다. 항공유 가격 인상분을 유류할증료로 모두 전가하기 어려운 데다, 항공기 리스료와 정비비 등 주요 비용을 달러로 결제하는 구조상 환율 상승은 곧바로 수익성 악화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금융시장 역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최근까지 상승세를 이어가던 국내 증시는 단기 조정 가능성이 거론된다. 다만 증권가는 지정학적 리스크가 단기간에 집중적으로 반영될 가능성이 크며, 충격은 제한적일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중동 사태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점도 충격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미래에셋증권 김석환 연구원은 “지정학적 충돌이 현실화한 만큼 국내 증시는 하락 출발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조정이 나타날 경우 개인의 ‘바이 더 딥’(Buy the Dip) 심리가 작동해 매수세가 유입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하나증권 이경수 연구원은 “미국의 정치 일정 등을 고려하면 사태가 장기화하기는 쉽지 않아 단기 변동성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정부도 선제 대응에 나섰다. 금융위원회는 금융시장 상황 점검 회의를 열고 국내외 시장 영향을 점검했다. 필요할 경우 ‘100조 원+알파’ 규모의 시장안정프로그램을 신속히 가동해 유동성을 공급하겠다는 방침이다.


송상현 기자 songsang@busan.com ,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

당신을 위한 뉴스레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