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30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열린 투명한 성과급 제도로의 개선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에서 삼성그룹노조연대 등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삼성전자 노동조합이 9일 쟁의 행위(파업) 찬반 투표에 돌입한 가운데 노조가 핵심 요구안으로 내세운 ‘성과급(OPI) 상한 폐지’를 두고 회사 내부에서 반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노조 요구가 사실상 반도체 사업부(DS)의 이해관계만을 대변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면서 모바일·가전 등 완제품 사업부(DX) 직원들의 박탈감을 키우고 나아가 직원 사이 갈등까지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 DS에 편향된 노조 요구…DX 반발 확산
1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노조 공동투쟁본부는 오는 18일까지 전체 조합원을 대상으로 쟁의 행위 찬반 투표를 진행한다. 투표 결과 과반이 찬성할 경우 노조는 5월부터 총파업에 들어간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부산일보> 취재 결과 노조가 사측에 핵심 요구안으로 내세운 ‘성과급 상한 폐지’를 두고 내부에서 적지 않은 잡음이 터져 나오고 있다. 회사 사내 게시판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등에서는 노조가 사실상 DS 부문만을 대표하고 있다는 DX 직원들의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성과급 상한 폐지’는 노조가 강하게 요구하고 있는 사안이다. 삼성전자는 현재 OPI에 연봉의 50% 상한을 두고 있는데, 이를 폐지해 달라는 것이 노조 주장이다. 다만 사측은 사업부 간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점을 들어 난색을 표하고 있다.
성과급 상한 폐지는 반도체 사업이 호황일 경우 성과급 규모가 크게 늘어나는 DS 사업부에 상대적으로 유리한 구조다. 실제 지난해 4분기 삼성전자 영업이익을 보면 DS 부문과 DX 부문의 영업이익 격차는 10배 이상 벌어져 있다. 한 삼성전자 직원은 “노조 요구가 특정 사업부에 지나치게 치우쳐 있다”며 “상한을 없애자는 것은 결국 DS 직원들만 성과급을 더 받기 위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 노노 갈등 확산…협박 논란까지
특히 일부 직원들은 노조가 특정 사업부 이해관계에 치우치며 회사 내부 갈등을 직접 키우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하고 있다. 노조 가입률이 높은 DS 사업부의 목소리가 노조 요구안에 강하게 반영되면서 상대적으로 DX 직원들은 의사 결정 과정에서 철저하게 소외되고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직원은 “노조가 직원 처우 개선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반도체 사업부 의견에만 집중하고 있다”며 “결국 직원들끼리 갈라치기를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고 말했다.
노조가 투표를 앞두고 파업 참여를 압박하는 발언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내부 반감은 더욱 커지는 분위기다. 노조 측이 “파업에 참여하지 않는 직원은 해고 1순위가 될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는 내용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노동자의 권리를 대변해야 할 노조가 오히려 노동자를 협박하고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특히 노조는 파업 불참자 명단을 관리하고 파업 협조자를 신고할 경우 포상하는 제도까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반도체 생산 차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조합원 상당수가 반도체 생산 라인에서 근무하고 있는 만큼 메모리와 파운드리 생산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다.
업계에서는 글로벌 반도체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노사 갈등을 넘어 노노(勞勞) 갈등으로까지 사태가 확대될 경우 기업 경쟁력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공정 특성상 생산 차질이 현실화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면서도 “다만 대규모 파업이 추진되는 것 자체만으로도 고객사나 국내외 투자자들에게는 부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초기업노조가 논란을 빚고 있는 대대적인 파업을 예고한 가운데 노조 측 법률 자문은 법무법인 마중이 맡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