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첫 배당 1.5조 원, 한국 재투자 대신 대만으로

입력 : 2026-04-12 17:4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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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자 털자마자 미국 본사에 송금
6조 자본 헐어 적자 소거 배당
대만 로켓배송 인프라에 투자
부채 15조 최대 '시기상조' 우려
정보유출 대한 재무 대응도 미흡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한 쿠팡이 1조 5000억 원 상당을 미국 모회사에 배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서울의 한 쿠팡 센터. 연합뉴스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한 쿠팡이 1조 5000억 원 상당을 미국 모회사에 배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서울의 한 쿠팡 센터. 연합뉴스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한 쿠팡이 그 결실을 한국 법인의 내실화 대신 미국 모회사를 통한 해외 사업 확대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쿠팡 측은 지난해 모회사 쿠팡 Inc에 지급한 약 1조 5000억 원 상당의 배당을 대만 사업 투자를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장부상 적자를 해소하자마자 조 단위 현금을 보낸 건 시기상조라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 법인이 자본 재분류로 마련한 재원을 해외 시장을 위한 '투자금 회수'에 우선 동원하면서, 한국 시장이 사실상 '현금 창출원(캐시 카우)'으로 전락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지난 10일 공시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쿠팡은 2024년 주식발행초과금(주식을 액면가보다 높게 발행할 때 발생하는 차액) 6조 2159억 원을 이익잉여금으로 전입해 4조 2500억 원의 누적 적자를 전액 없앴다. 영업이익을 활용해 적자를 점진적으로 해소하는 방식 대신 주주가 납입한 자본금의 성격을 바꿔 장부상 적자를 덮는 방식을 택한 셈이다.

이 과정에서 6조 원대에 달하던 쿠팡의 주식발행초과금 잔액은 218억 원 수준으로 급감했다. 회사의 핵심 기초 자산이자 위기 시 최후의 보루 역할을 하는 자본준비금을 사실상 전액 이익잉여금으로 전환해 배당 재원으로 소진했다. 실제로 쿠팡은 이 방식으로 적자를 없앤 뒤 당기순이익에 맞먹는 1조 4659억 원을 지난해 상반기 미국 모회사로 송금했다.

쿠팡이 2010년 창사 이래 배당을 실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쿠팡 한국 법인의 지난해 기준 매출액은 약 45조 4555억 원으로, 2024년(38조 2988억 원)보다 18.7% 증가했다. 역대 최대다. 영업이익은 2조 2883억 원으로, 이전 해(1조 6245억 원)보다 40.9% 증가했다. 당기순이익은 1조 5891억 원으로, 전년 대비 37% 증가했다. 쿠팡은 2022년까지 영업 적자를 기록하다 2023년 처음으로 연간 흑자 전환했다.

쿠팡 측은 이번 배당이 대만 로켓배송 인프라 확장을 위한 전략적 재배치라는 입장이다. 쿠팡 관계자는 “중간배당금은 쿠팡 Inc 주주들에 대한 현금 배당이 아니라 대만 로켓배송 물류인프라 등 글로벌 성장 사업 확대를 위한 재원”이라며 “쿠팡 한국 법인이 과거 본사의 투자를 받았듯 이제는 대만 사업에 투자가 이뤄지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쿠팡의 흑자 전환 결실이 국내 법인에 대한 투자 등 한국 시장으로 재유입되지 않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쿠팡 측은 “2024년부터 올해까지 3조 원을 물류 인프라에 추가 투자해 지역 물류센터를 확충한다”는 입장이지만, 향후 구체적인 추가 투자 계획은 밝히지 않았다. 한국 법인의 재무적 방어력을 고려하지 않은 채 우선 배당이 이뤄졌다는 비판도 나온다.

실제 쿠팡의 부채총계는 15.2조 원으로 전년 대비 2.7조 원(21.3%) 급증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협력업체 등에 지급해야 할 매입채무와 기타채무 규모는 8.9조 원에 달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 거둔 수익과 자본을 헐어 해외 투자 재원으로 전용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발생한 수천만 건의 정보유출 사건에 따른 잠재적 과징금과 보안 인프라 강화를 위한 재무적 대비 역시 전무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쿠팡은 ‘손실액 추정이 불가하다’는 이유로 재무제표에 이와 관련한 충당부채를 기록하지 않았다.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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