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를 만드는 발전소가 소재한 지역의 전기료를 할인할 수 있는 법적 근거로 추진하고 있는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안’이 1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했습니다. 이제 남은 관문은 국회 본회의뿐입니다. 법사위를 통과한 법안이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하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에 본회의도 차질 없이 통과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번 특별법 통과로 시행될 ‘전기료 지역별 차등제’는 전력 사용량 대부분을 비수도권 발전시설에서 조달하는 수도권이 발전·송전비에 합당한 비용을 더 지불하게 하는 게 핵심입니다. 그만큼 고리원전 처럼 핵발전기 9기를 품고 있는 부울경 같은 발전시설 주변 지역의 전기료는 할인해 줄 근거가 생기는 겁니다.
핵발전 시설의 위험과 피해를 묵묵히 감수하는 주변 지역 시민들의 전기료 부담을 낮춰주는 직접적 혜택 의미도 있지만, 비싼 전기료를 지불하면서도 수도권 입지를 추진하는 기업들에게 지방 이전을 검토할, 하나의 조건을 만든 데 의미도 큽니다. 그래서 이번 법안이 우리나라 지역 균형발전의 시금석이 될 수도 있다고 분석하는 겁니다.
이번 법안 통과와 관련해 지난 3월 15일 뉴스로 다뤘던 경기도 용인에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하는 데 300조 원을 투자한다는 삼성과 정부의 발표를 곱씹어봅니다. 반도체 제조 공정에도 엄청난 전기가 소모되는데, 유럽 기준으로 영구 폐기장까지 계획이 확정된 핵발전이나 신재생에너지를 100% 사용(RE100)하지 않으면 세계 시장에 수출할 수가 없습니다. 아무런 친환경 전력 공급 방안도 없이 300조나 되는 돈을 수도권에 그대로 쏟아붓는 계획이 합리적인지 의문입니다.
마침 부산대가 서울대 반도체 공동연구소와 협력해 첨단 반도체 공정실을 2026년까지 짓기로 했다는 계획도 15일 발표했습니다. 실리콘반도체와 파워반도체, 차량용반도체 등을 비롯해 동남권 산업 수요에 부응하는 반도체 연구개발, 생산,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는 계획입니다. 결국 정부 차원의 핵발전 영구폐기장 계획을 조속히 마련한다면 부울경의 반도체 클러스터 구축은 당장 손에 잡히는 범국가적 투자유치 프로젝트로 떠오를 수 있습니다.
핵발전으로 50년 이상 건강 측면에서의 다양한 피해와 불안, 개발 제한 등의 고통을 겪은 부울경 시민들에게 당장 체감할 수 있는 전기료 할인 혜택을 주는 데에서 더 큰 범위로 나아가 부울경을 살찌울 기업을 유치하는 방향으로 이번 특별법 제정이 초석을 놓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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