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신춘문예 - 심사평] 여러 겹의 심리와 정황 묘사 탁월

입력 : 2012-01-02 09:56:00 수정 : 2012-01-02 15: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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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 편 중에서 눈에 띄어야 하는 공모전의 성격을 충분히 고려한다 하더라도 본심에 올라온 작품들의 소재가 대체로 자극적이다. 그런 중에 네 편을 골라냈다. '물고기의 손톱'은 오래전 사랑하고, 유산하고, 그리고 떠난 남자의 결혼식에 참가해 그것을 지켜보는 여자의 이야기로, 만나고 헤어지는 과정 너머에 숨어 있는 삶의 비의 같은 것이 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느시의 거리' 역시 사랑과 죽음 사이에 걸쳐진 신파적 사연만이 아니라 죽음을 통해서 삶을 생각하는 어떤 통찰이 드러나야 하는데 그냥 사연에서 딱 그치고 말았다.

결선에서 겨룬 '중심의 비밀'은 어린 시절 팔려가는 송아지와 애인과의 동거, 거기에 끼어드는 자기 생의 근원을 찾는 남자와의 만남이 어울려 이야기가 활기를 띠지만 고모의 혼수비용으로 팔려가는 송아지의 삽화가 이십 대 여성의 유년 삽화로 연결되는 데는 다소 무리가 있었다. 짧은 분량 속에 세 축의 이야기 역시 다소 산만한 느낌이 들었다.

당선작으로 뽑은 '끌'은 차분하고도 정확한 문장으로 마치 눈앞에서 모델이 가구를 만드는 모습을 바라보듯 그려냈다. 인물의 손놀림뿐 아니라 그 안에 배어드는 여러 겹의 심리와 정황을 그림처럼 묘사해내는 솜씨 또한 칭찬받을 만하다. 자칫 통속으로 떨어질 수 있는 아내와 수필가의 이야기나 찻집 여자의 이야기를 역시 이 소설에 꼭 필요한 만큼만 아주 잘 절제하여 그려냈다. 부디 정진 바란다.

심사위원 조갑상·이순원·조명숙·이상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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