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시작되면서 더위와 무기력이 몰려든다. 작열하는 햇볕은 뭐든 녹여버릴 기세로 머리 위로 바짝 죄어들고, 물크러진 땅은 연신 뜨거운 입김을 토해내 숨이 턱턱 막히게 한다. 짙푸른 숲 그늘이 그리워지는 시기다. 이즈음 수목들은 신록의 싱그러움을 벗고, 성숙한 여인 같은 농밀한 녹음을 뽐낸다. 숲이라는 말에서는 절로 시원함이 느껴진다. 숲이 사람에게 선사하는 치유와 여유의 축복은 머리로 이해하기 전에 몸이 먼저 받아들인다. 울창한 숲 그늘 아래에서 탁 트인 바다를 바라보며 시원한 바람과 숲이 뿜어내는 청량한 공기를 몸속으로 받아들인다면 일상의 짜증과 무료함이 단번에 싹 가실 것 같다.
거제도 남동쪽 사면을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는 노자산(老子山·557m)은 이 모든 욕심을 넉넉하게 품어주는 산이다. 불로초와 절경이 어우러져 늙지 않고 신선이 된 산이라는 산 이름의 유래처럼 휴식과 힐링의 산이다. 정상의 기암괴석도 일품이지만, 정상에서 내려다보이는 춤추는 듯 솟아 있는 다도해의 비경이 절륜이다. 여기에 산 중턱에 36만 평 규모의 거제자연휴양림이 잘 조성돼 있다. 단풍나무 참나무 고로쇠나무 노각나무 동백나무 등의 활엽수가 휴양림을 에워싸고 있어 산림욕 산행지로도 그만이다.
등산로 곳곳 벤치 놓여 있어
쉬엄쉬엄 땀 식히며 등산
3층 전망대서 그림 같은 풍광 조망
숲길 따라 산림욕 즐기는 여유도
통상 노자산 산행은 평지마을에서 출발해 노자산 정상을 거쳐 학동마을로 내려오는 코스(산&산 282회)나 가라산(585m)과 노자산을 잇는 거제지맥 남단 종주 코스가 산꾼들에게 많이 알려져 있다. 이번에 '산&산'은 노자산 정상을 오르면서 한려해상의 그림 같은 해안 풍광을 조망하고, 자연휴양림을 관통하며 숲 그늘 속에서 산림욕을 즐기며 하산하는 방식으로 코스를 꾸며봤다.
답사 등로는 노자산 등산로 주차장을 출발해 헬기장~마늘바위~3층 전망대(569봉)~노자산 정상~조망바위~임도~휴양림 시설~매표소를 거쳐 다시 기점인 주차장으로 돌아오는 원점회귀 코스다. 총 산행거리 7.1㎞에 순수 이동시간은 2시간 50분, 산림욕까지 포함하면 4시간 정도 걸린다.
기점은 노자산 등산로 주차장이다. 거제 고현동에서 1018번 지방도를 타고 학동흑진주몽돌해변 이정표를 따라 가다보면 학동고개를 지나 거제자연휴양림 입구가 보인다. 이곳에서 500m쯤 더 가면 한려해상국립공원 입표지판이 있는 곳이 노자산 등산로 주차장이다. 차를 대놓고 가던 방향 그대로 지방도를 따라 3분쯤 더 가면 상현달 모양으로 세운 등산 안내도가 보인다. 안내도 바로 옆으로 난 오솔길을 따라 본격적인 등로가 시작된다. 가족들과 함께 나섰다면 휴양림에 차를 대놓고 휴양림 내에 조성된 등산로를 따라 노자산 정상으로 올라가도 된다.
곧바로 단풍나무 노각나무 등 다양한 활엽수가 햇볕을 가리고 있는 짙은 녹음 속으로 들어간다. 잔디보다 길게 자라는 청사초의 하늘거리는 손짓이 발목에 부드럽게 감기어든다. 12분 뒤 양 갈래로 길이 나뉘는 안부에 이르면 우측 길로 40m쯤 가면 휴양림에서 출발해 정상으로 오르는 등산로와 합류한다.
본격적인 오르막 구간이 시작되지만, 군데군데 디딤돌이 깔려 있고, 등산로가 말끔히 단장돼 있어 크게 힘들지는 않다. 벤치를 지나면 5분 뒤 묵은 헬기장이 있는 삼거리에 이른다. 노자산 방면 이정표를 따라 직진한다. 등산로 곳곳에 벤치가 놓여 있어서 쉬엄쉬엄 땀을 식히며 산을 오르기 좋다.
경사가 가팔라지면서 모난 바위들이 발에 채기 시작하면 곧 벼늘바위라 쓰인 이정표에 이른다. 곧 마주치는 마늘바위와 함께 짝을 이루는 벼늘바위는 이정표 표기와 달리 이곳에서는 찾아 볼 수 없다. 일단 마늘바위로 가기 위해서는 이정표상 왼쪽 가라산 방면으로 간다. 15분쯤 가다보면 좌측으로 금정산 고당봉처럼 뾰족하게 솟은 마늘바위가 보인다. 군데군데 사람이 오른 흔적이 보이지만, 안전사고 위험 때문에 출입금지 통제선이 쳐져 있다.
바위 앞에서 우측으로 꺾어 노자산 정상 방면으로 북행한다. 20분쯤 가다보면 마늘바위를 조망하기 좋은 바위가 있다. 과연 잘 깎은 마늘을 세워놓은 듯한 모양새다. 3분 뒤 봉우리 위에 철골 구조물에 목재를 두른 3층 전망대와 마주한다. 전망대가 세워진 이곳이 569봉인데, 해발 고도로 따지면 노자산 주봉보다 약간 높다. 노자산 최고봉에 10여m 높이의 전망대까지 세웠으니 거제의 사위가 일망무제로 터진다. 서쪽으로 거제만과 율포만이 라면 면발 같은 해안선을 그리고 있다. 그 뒤로 한산도와 추봉도가 코발트빛 바다 위에 떠 있고, 통영시가지가 어스름하다. 동쪽 발아래로는 학동 몽돌해변이 초승달 모양을 그리고 있다. 유람선이 그리는 하얀 궤적 너머로 해금강과 외도가 보인다. 남쪽으로는 가라산과 산릉을 맞대고, 북쪽으로는 거제의 주봉인 계룡산까지 산줄기가 이어진다.
서늘한 마룻바닥의 유혹을 떨치지 못해 점심을 먹은 뒤 모처럼 등산화에 양말까지 벗어던지고 3층 침대 위에 누웠다. 코를 간질이는 산들바람에 설핏 선잠이 들었다가 산새 소리를 알람 삼아 달콤한 잠에서 깨어났다.
전망대를 뒤로 하고 암봉을 우회하며 15분쯤 가면 삼거리다. 왼쪽은 대피소 지나 휴양림으로 내려가는 길이다. 노자산 정상은 우측 길이다. 곧 큼지막한 바위들이 층층이 포개져 있는 가파른 능선 비알이 시작된다. 율포리 포구마을을 내려다보기 좋은 조망바위를 지나면 산불감시카메라와 정상석이 있는 노자산 정상이다. 35분 소요. 정상에서도 한려해상의 그림 같은 해안 풍광이 펼쳐진다.
헬기장을 가로지른 뒤 이정표 상 자연휴양림 방면을 따라 내려간다. 포근한 숲길이 이어진다. 20분쯤 내려가다 띄엄띄엄 통나무 침목 길이 시작되는 곳에서 15m쯤 내려오면 적송 두 그루가 서 있는 곳에서 길이 나뉜다. 그대로 직진하면 휴양림 시설로 곧바로 내려갈 수 있지만 산행의 단조로움을 피하기 위해 우측 길을 택한다. 6분 뒤 비포장 임도로 내려서면 우측으로 틀어서 임도를 따라 올라간다. 산허리를 휘감는 임도를 따라 20분쯤 걸으면 나란히 벤치 4개가 놓여 있는 간이 쉼터다. 세 번째 벤치 뒤편으로 능선으로 내려가는 길이 숨어 있다.
단풍나무 참나무 고로쇠나무 등이 짙은 녹음을 뽐내는 거제자연휴양림은 산림욕은 물론 야영지로도 그만이다.
이제부터 산림욕 구간이다. 사위가 캄캄해질 만큼 짙은 녹음 아래 거친 비탈길이 이어진다. 숲이 내뿜는 청량한 산소를 들이마시느라 호흡이 깊어진다. 10분쯤 내려가면 다시 임도와 합류한다. 오른쪽 길로 5분쯤 가면 안부에서 내려오는 길과 합류하는 임도 사거리다. 임도를 버리고 왼편 휴양림 쪽 능선으로 내려간다. 깔끔하게 정비된 산림욕장이다. 유유자적 산책로를 따라 내려가면 6분 뒤 포장임도에 이른다. 왼쪽 동백·해송 수련장 방면으로 올라간다.
야영장에는 평일임에도 몇몇 캠핑족이 텐트를 치느라 분주하다. 휴양림에는 야영데크 38곳, 다목적데크 10곳과 함께 숲속의 집, 산림문화휴양관, 수련장 등의 시설이 들어서 있다. 나무 그늘이 우거진 곳에 데크가 설치돼 따로 그늘막을 설치할 필요가 없다. 차로 10분 정도 거리에 거제 해금강, 여차~홍포 해안, 학동흑진주몽돌해변 등을 두루 돌아볼 수 있어 가족 단위 휴양객들에게 인기라고 한다. 휴양림 입장료는 1인당 1천 원, 야영비는 텐트 1동에 5천 원이며, 선착순으로 예약을 받는다.
데크장이 자리한 계곡을 내려서면 곧 관리사무소와 매표소를 지나고, 자연휴양림 입구에서 도로를 따라 400m쯤 올라가면 종점인 노자산 등산로 주차장이다. 산행 문의:라이프레저부 051-461-4164. 전준배 산행대장 010-8803-8848. 글·사진=박태우 기자 wideneye@busan.com
그래픽=노인호 기자 nogari@
▲ 거제 노자산 고도표(※ 사진을 클릭하면 더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거제 노자산 구글 어스(※ 사진을 클릭하면 더 크게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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