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기 쉬운 파생상품] 세계의 상품 거래소-일본 JPX

입력 : 2014-07-04 10:13:50 수정 : 2014-07-07 14: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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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부 때 '쌀 물표'가 선물의 효시

우리나라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나라인 일본에는 거래소 시장이 5개로 나눠져 있었다. 그러나 2013년 1월에 도쿄증권거래소와 오사카증권거래소가 일본거래소 그룹(JPX)으로 합병함으로써 현물과 파생상품거래의 균형 잡힌 단일 거래소가 탄생하게 됐다. 오늘은 이 두 시장이 통합하기 전 일본 최대의 파생상품 거래소였던 오사카 거래소의 유래에 대해서 살펴보겠다.

17세기 초 오사카에는 '천사의 부엌'이라 일컬어지는 일본 최대의 쌀시장이 있었다. 남태평양에 인접해 온화한 기후를 바탕으로 한 이세 평야는 일본 내에서 쌀 생산량이 가장 많았으며 여기서 생산된 쌀들은 인근의 오사카로 이동을 해 거래가 됐다. 또한 오사카 쌀시장에서는 현물뿐 아니라 근대의 선물거래와 비슷한 형태의 거래도 이뤄졌는데, 이는 17세기 초 일본의 정국 상황과도 깊은 관련이 있다.

이 시기는 도쿠가와 막부시대로 지방 제후들의 세력 확장을 막기 위해서 이들을 매년 6개월 동안 강제로 오사카에 살도록 했다. 이렇게 오사카에 거주하게 된 제후들 중 일부는 경비가 부족해 가을에 수확 예정인 쌀을 담보로 물표를 발행, 경비를 조달해 사용했다. 이 물표가 오사카의 쌀 거래 상인들 사이에서 거래가 되곤 했는데, 상인들은 그 해에 풍년이 들 것으로 예상을 하면 공급량이 많아져 쌀 가격이 하락할 것을 예상해 물표를 팔고(매도), 흉년이 들 것으로 예상이 되면 반대로 물표를 사서(매수) 이익을 얻었다.

오늘날의 선물거래와는 그 의미가 100% 일치하지는 않지만 이것이 일본 상품선물거래의 시초라 할 수 있다. 또 이러한 거래가 근대적 의미의 거래소 형태를 띤 곳에서 이뤄졌는데, 요도야라는 거상의 집이였다. 이 곳이 우리에게 잘 알려진 도지마 쌀 거래소의 근간이 됐다. 이렇게 역사적, 지리적 배경을 바탕으로 오사카에서는 쌀 선물 거래가 활발히 이뤄지게 되었으며, 이것이 오늘날 일본 최대의 상품선물거래소인 오사카증권거래소의 효시가 됐다고 할 수 있다.

오사카 증권거래소의 대표적 상품으로는 니케이225 선물이 있으며, 합병 후 일본 거래소에서는 전 세계 지수선물 거래량의 약 15%를 차지할 정도로 많은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의 코스피200지수 선물의 거래량은 급감하는데 비해서 니케이225 선물거래량은 매우 큰 폭의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도쿄증권거래소와의 합병으로 인한 시너지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는 것이다.


임순영

한국거래소 파생상품연구센터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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