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남자'라고 불릴 정도로 명예로웠던 직업은 '왕의 변기 담당관'이었다.
17일 방송된 MBC '신비한 TV 서프라이즈'에서는 명예뿐만 아니라 권력 또한 높았던 영국 왕실의 '변기 담당관'에 대한 이야기를 다뤘다.
의자를 대비하는 사람이라는 뜻의 변기 담당관은 왕이 일어나면 변기를 준비하고, 용변을 다보면 손수 청결하게 뒤처리까지 해주는 사람이었다.
하루하루 왕의 용변의 상태와 양을 기록, 평소와 용변의 상태가 다를 경우 식단을 조절하거나 의원을 호출했다. 왕이 잠든 후에도 왕이 언제 깨어나 변기 담당관을 찾을 수 없었기 때문에 왕과 가장 가까운 곳에 방을 배정받아 신경을 곤두 세운 채 잠들 수밖에 없었다.
특히 헨리 8세는 하루에 2번씩 스무개의 접시를 비울 만큼 대식가로 알려졌다. 먹는 만큼 용변을 보는 횟수 또한 많았기에 그의 변기 담당관은 늘 변기를 준비해 놔야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변기 담당관은 16세기 당시 영국에서 가장 명예로운 직업이었다. 변기담당관은 고귀한 왕의 몸에 손을 댈 수 있는 유일한 직업. 가장 사적인 공간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는데, 왕의 개인사 및 정치, 행정업무를 꿰뚫고 있었기 때문. 왕과 왕실의 비밀을 공유 했기에 아무에게나 맡길 수 있는 임무가 아니었다.
이에 변기 담당관은 명망 높은 귀족 가문의 자제들 중에서 선발했고, 그야말로 영광스러운 직업이었다고. 엘리자베스 1세 여왕의 변기 담당관은 귀족 가문의 딸이자 여왕의 가정교사였던 캣 애쉴리였다. 그녀는 첫 여성 변기 담당관이기도 했다.
명예만 높은 직업이 아니었다. 권력 또한 하늘을 찔렀다. 하지만 희생양이 되기도 했다. 헨리 8세는 두 번째 왕비인 엘빈이 바람을 피웠다는 죄를 씌워 처형하는데 제물로 삼은 사람은 콤튼 경에 이어 자신의 변기 담당관이었던 헨리 노리스였다.
이는 1901년에 폐지된다. 에드워드는 권력이 높아져만 가는 변기 담당관을 이해하지 못했고, 이에 이 제도를 폐지하기에 이르렀다. 당시까지 기록된 변기 담당관은 모두 47명이었다.
사진=MBC '신비한 TV 서프라이즈' 방송 캡처
유은영 기자 ey2015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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