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델(Adele)이나 샘 스미스(Sam Smith), 스티비 원더(Stevie Wonder)와 협업해보고 싶어요. 저희들 색깔이 좀 글로벌하잖아요. 먹힌다는 뜻이에요. 알켈리(R.Kelly)도 전설인데 이번에 함께 작업했고요.”
바이브의 이유 있는 자신감이다. 모두가 ‘가능하겠어?’라고 코웃음을 쳤지만, 바이브는 알켈리와의 컬래버레이션을 성사시켰다. 이는 고스란히 최근 발표한 정규 7집 앨범 ‘리피트’(Repeat)에 담겼다.
‘바이브 표’ 애절 발라드 ‘1년 365일’과 ‘비와’로 더블 타이틀을 내세운 ‘리피트’는 14트랙으로 꽉 채워져 있다. 특히 이번 앨범에는 알켈 리가 직접 작사 작곡한 ‘아이 보우’(I Vow)가 수록됐다. 바이브마의 색깔이 조금 더 묻어날 수 있게 류재현의 편곡이 가미돼지만, 알켈리와의 협업이라는 점에서 앨범 발매 전부터 큰 화제를 모았다. 이제는 새로운 ‘팝의 여왕’으로 떠오르고 있는 아델이나 스티브 원더 등과의 협업을 꿈꾸고 있다.
류재현은 “생각보다 세계의 경계가 좁아졌다”며 “아델이나 샘 스미스가 정말로 같이 하겠냐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겠지만, 이건 답을 듣지 않은 상태에서 포기하는 것이다. 그쪽에서는 오히려 ‘너네가 (함께 하자는) 얘기를 안해서 우리는 몰랐지’라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이어 “계속 접근을 하면 아시아 음악에 대해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 피처링, 다 각자의 색깔이 있는 것
알켈리 외에도 거미, 씨엔블루 정용화, 엑소 첸, 김숙 등 화려한 피처링진이 이번 앨범의 듣는 즐거움을 더했다. 특히 이는 기존에 묵직한 음악을 해오던 바이브의 색다른 행보여서 더욱 눈길을 끌었다. 이에 윤민수는 “사업적인 것을 의식한 게 아니냐고들 한다”면서 “음악을 들어보면 알겠지만 그 곡들은 개개인의 피처링이 굉장히 어울리는 곡들”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썸타’는 함께 불러야 하는데 같이 부르지 않았다. 저희 목소리가 들어가는 것 보다 첸이 부르는 게 더 공감가기도 했고 잘 살렸다”며 “특히 애도 있는 우리가 ‘썸’을 노래한다면 과연 표현이 될까 싶었다”고 말했다.
“수록곡 ‘열정페이’는 ‘외톨이야’를 부르던 용화의 발음을 원했어요. 하지만 궁극적 목표는 사회 초년생 이야기이기 때문에 그 시대에 맞는 나잇대의 젊은 친구가 불러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용화를 섭외하기 위해 FNC엔터테인먼트 대표님에게 전화를 했더니 지금 용화는 중국에 있다고 하더라고요. 포기하려고 했는데, 같은 작업실을 쓰는 용화가 우연히 지나가길래 붙잡아서 곡을 들려줬어요. 결국 용화도 좋다고 해서 참여하게 됐죠. 대표님은 용화가 중국에 있는 줄 아셨나봐요.”(류재현)
의도했지만, 또 의도치 않은 정용화의 피처링 참여였지만 결과적으로 이는 큰 득이 됐다. 바이브의 목소리를 줄이고 정용화의 비중을 높여 완성해낸 ‘열정페이’는 바이브에게서 좀처럼 보기 힘든 독특한 곡이 됐기 때문. 바이브의 애절하면서도 슬픈 감정은 가져가지만, 어쩐지 웃픈 느낌을 준다.
반면 알켈리와의 작업은 100% 의도했고, 또 그들의 바람대로 이뤄졌다. 윤민수는 “음악을 듣는데 정말 좋은 곡이 있어서 외국에서 A&R을 주로 하시는 레이 염이라는 분에게 알켈리의 피처링이 가능하겠냐라는 말씀을 드렸다”며 “그 분이 많은 노력을 햐주셔서 이번 작업이 성사됐다”고 밝혔다.
그는 “알켈리는 직접 오지 못했지만 로니 잭슨이라는 프로듀서가 직접 한국을 방문했다. 옆에서 알 켈리와 통화하는 모습이 정말 신기했다”면서 “순간적으로 통화하는 것을 실시간으로 중계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상 통화도 결국 성공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색다른 시도를, 또 젊은 세대와 소통하기 위해 노력한 바이브였음에도 고민은 뒤따랐다. 류재현은 “오랜만에 앨범을 발매하면서 ‘바이브가 점점 잊히고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했다”며 “그래서 젊은 세대에 다가서고, 공감하려면 이런 기획에서 좋아야 하지 않나. 우리도 같이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는 것을 음악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게 이번 앨범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 잊히는게 두려운 아재들, “잊히기 싫어서 돌아왔다”
음악에 대한 자신감과 달리 야속한 세월에 대한 자신감은 없었다. 윤민수는 “2년여 만에 나오는 거라 걱정이 매우 많았다”며 “바이브라는 그룹 자체가 조금 잊혔다. 그래서 요즘 세대 친구들과 교감할 수 있는 음악을 많이 수록했다”고 털어놨다.
이에 류재현은 조금 덧붙여 설명했다. 나이가 들고 자신들이 20대 때 느꼇던 것들과 서서히 멀어지는 것은 당연하지만, 또 당연하게도 싫었다는 것. 류재현은 “지금 20대들에게 바이브는 아재들, 윤후 아빠로 비칠지도 모른다”며 “그런 이미지가 싫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오히려 예전에 우리가 표현하려던, 바이브의 음악이 잊힌 게 아닌가 싶다. 바이브는 오래된 발라드 가수로 생각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라고.
그는 “자연스럽게 시간이 흐르고 농이 익는 그런 것도 좋지만, 현재에 머무르고 싶다”며 “음악하는 사람들은 현재에 머무르고 싶은 느낌을 계속 갖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계속 잊히고 있다는 얘기를 하는 것이지 않나”라고 덧붙였다.
“그래서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초심을 찾고자 했죠. 예전에 바이브를 좋아해주셨던 이유는 뭘까 하고요. 개인적으로는 4~6집 때의 보컬을 좋아해준다고 생각했는데 과하다는 말도 있더라고요. 맑은 목소리를 원하는 의견이 많아서 그때의 느낌을 살리려고 했어요.”(윤민수)
지난 2006년 발매한 3집 앨범 ‘리필’(Re-Feel)이 바이브의 초심이었다면, 당시에는 곡 작업은 물론 노래를 부를 때도 머리를 쓰지 않았다는게 바이브의 설명이다. 류재현은 “나이가 들면서 음악인이 돼가고, 분명히 머리를 쓰게 된다”면서 “그러다보니 음악을 들을 때 조금 답답해지고 부담스러웠다”고 털어놨다.
그는 “대중들이 우리를 제일 좋아해줬을 때, 그때 우리는 음악을 어떻게 했지 생각했다”면서 “오히려 머리를 쓰지 않고 감성적으로 받아들이려는 모습이 젊은 층에게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이라 결론 내렸다. 그래서 머리를 쓰지 말고 초심으로 돌아가고자 했다. 편안하게 있는대로 다가가기 위해”라고 덧붙였다.
2002년 1집 ‘애프터그로우’(Afterglow)로 데뷔한 이후 14년이 지났다. 바이브는 데뷔 앨범부터 직접 작사, 작곡, 그리고 프로듀싱까지 해내며 깊이 있는 음악을 선보여왔고 그 고민은 여전하다. 시대가 달라지는 것은 받아들이지만 또 거부하고 있는 바이브가 앞으로 나아갈 길은 대중에게 기억되는 가수로서의 삶이다.
“‘바이브, 얘네 바뀌었구나’ ‘정말 변화를 해가고, 열심히 시도 했구나. 그런 모습이 좋다’고 해주는 반응으로도 저희는 성공했다고 생각해요. 이들이 바뀔 수 있겠구나 받아들여주셨으면 해요.”(류재현)
사진=더바이브엔터테인먼트 제공
유은영 기자 ey2015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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