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MS의 블리자드 인수 조건 없이 승인…"경쟁 제한 없어”

입력 : 2023-05-30 21:5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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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경쟁당국 판단 엇갈려…美·英은 제동, EU·日 승인
인수 대금 90조원 '초대형 빅딜'…블리자드 게임 인기 정도가 관건

공정위 제공 공정위 제공
공정위 제공 공정위 제공

공정거래위원회는 마이크로소프트(MS)가 글로벌 게임 개발사인 액티비전 블리자드를 인수하는 것을 조건 없이 승인한다고 30일 밝혔다.

공정위는 "MS의 블리자드 인수가 국내 게임 시장에서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할 우려가 없다"며 별도의 시정조치를 부과하지 않았다.

다만 미국과 영국 경쟁당국이 인수에 제동을 건 상황으로 인수 대금이 687억 달러(약 90조 8000억 원)에 이르는 초대형 빅딜이 최종적으로 성사될지는 미지수다. 블리자드는 스타크래프트, 디아블로, 콜 오브 듀티, 월드오브워크래프트, 캔디크러시사가 등 다수의 인기 게임을 개발한 회사다.

MS의 블리자드 인수 금액은 정보기술(IT) 산업 인수·합병(M&A) 역사상 최대 규모로, 인수가 완료되면 MS는 중국 텐센트, 일본 소니에 이어 세계 3위 게임 업체가 된다.

공정위는 작년 4월 기업결합 신고를 접수한 뒤 두 회사 간 수직 결합으로 인해 국내 게임 시장에서 경쟁 제한 우려가 있는지 집중적으로 검토해 왔다.

MS와 블리자드는 모두 외국 회사이지만 국내 매출액이 각각 300억 원 이상이기 때문에 공정위의 기업결합 심사를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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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점은 콘솔(엑스박스)과 클라우드 서비스를 통해 게임을 유통하는 MS가 블리자드의 인기 게임을 자사 콘솔·클라우드로만 공급하는 식으로 경쟁을 봉쇄할 가능성이 있는지였다.

블리자드의 게임이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이나 엔비디아의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 등에는 출시되지 않는다면 블리자드 이용자들이 MS의 엑스박스와 클라우드 서비스로 갈아탈 수 있어서다.

그러나 공정위는 검토 결과 기업결합 후 MS가 블리자드의 주요 게임을 자사에만 배타적으로 공급할 가능성이 작고, 이런 봉쇄가 발생하더라도 경쟁 사업자가 시장에서 배제될 우려가 적다고 판단했다.

국내에서는 '콜 오브 듀티' 등 블리자드 게임의 인기가 해외보다 덜하고 다른 인기 게임 개발사도 많기 때문에 기업결합 후에도 MS가 블리자드 게임 독점 공급으로 소비자를 끌어와 경쟁사에 큰 타격을 주기 어렵다고 본 것이다.

공정위는 콘솔 게임 시장의 경우 소니 플레이스테이션의 점유율이 70∼80%에 달하고 클라우드 게임 역시 엔비디아의 점유율이 30∼40%로 상당한 수준이어서, MS가 블리자드 게임을 독점하더라도 이들이 경쟁에서 배제될 우려가 없다고 봤다. 구체적인 시장 점유율은 기업의 영업 비밀 보호 등을 이유로 공개하지 않았다.

임경환 공정위 국제기업결합과장은 "전 세계 콘솔 시장 전체 매출에서 콜 오브 듀티의 비중이 6∼8%인데 한국은 1% 정도로 굉장히 많은 차이가 있다"며 "영미의 경우 10% 정도로 전 세계 시장보다 더 점유율이 높다"고 말했다.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 시장의 경우 MS의 점유율이 60∼70%로 높고 진입 장벽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국내 게임 시장은 콘솔 보다 PC게임의 인기가 높아 향후 MS보다 엔비디아의 확장성이 큰 점,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는 초기 단계이고 1위 사업자가 매년 바뀌는 등 역동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점, 향후 아마존, 소니 등이 신규 진입할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할 때 경쟁 제한 우려가 적다고 설명했다.

클라우드 서비스는 게임을 다운로드하지 않고 게임 서버에 접속해 스트리밍 방식으로 게임을 하는 구조로 스마트폰 등 저사양 기기에서도 고사양·고화질 게임을 할 수 있다.

앞서 영국 경쟁시장청(CMA)은 MS가 블리자드 게임을 경쟁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 사업자에 공급하지 않을 우려가 있다며 인수를 불허해 MS가 불복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는 콘솔 게임과 클라우드 게임 시장 양쪽에서 경쟁이 제한될 우려가 있다고 보고 연방항소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유럽연합(EU)은 클라우드 게임 시장에서 봉쇄 우려가 있다고 봤으나, MS가 블리자드 게임을 향후 10년간 경쟁 클라우드 게임사에도 로열티 없이 제공하는 조건으로 인수를 승인했다.

일본, 중국, 브라질, 칠레 등은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조건 없이 인수를 승인했다.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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