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툭’ 한 방울. ‘투둑’ 두 방울. ‘쏴아’ 하고 비가 쏟아진다. 우산도 없고 데리러 올 사람도 없는데 집에 어떻게 가지? 요즘 같으면 편의점에 들어가 우산이라도 살 수 있지만, 편의점도 없고 돈도 없던 어린 시절에는 두 가지 선택밖에 없었다. 비가 그칠 때까지 기다리거나, 비를 맞고 가거나.
서영의 〈비 안 맞고 집에 가는 방법〉(웅진주니어)에는 꼬마 돼지의 특별한 ‘비 안 맞기 기술’이 소개된다. 옛날 개그 속 ‘비사이로막가’처럼 비 사이로 뛰기, 나무에 걸린 먹구름을 꽉 짜서 우산으로 활용하기, 새집·벌집·개집 빌리기, 자기보다 큰 동물 도움받기 등 여러 방법이 등장한다. 주인공은 적당한 크기의 박스를 뒤집어쓰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한계는 있는 법. 더 이상 박스로도 버티기 어려운 상황이 온다.
꼬마 돼지는 어떻게 위기를 넘길까? 주인공의 풍부한 상상력에 답이 있다. 책 속에 그려진 다른 친구들의 비 피하는 방법을 살펴보는 것도 재미있다. 작가는 자신의 그림책이 ‘혼자인 사람들의 마음에 작은 우산이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박현주의 〈이까짓 거!〉(이야기꽃)에는 홀로 비와 마주한 아이가 나온다. 우산을 가져온 아이, 친구와 우산을 나눠 쓰는 아이, 부모가 마중 온 아이. 다른 친구들이 떠난 뒤 혼자 남은 아이 옆에 준호가 나타난다. 우산이 없는 준호가 먼저 가방을 뒤집어쓰고 뛴다. 아이도 가방을 뒤집어쓰고 따라 뛴다. 문방구 앞에 도착한 둘은 편의점까지 경주한다. 편의점 다음은 분식점, 다음은 학원. 둘은 같이 열심히 뛴다. 그런데 여기서 끝이다. 준호는 “잘 가”라는 말을 남기고 학원으로 들어간다. 아이는 다시 혼자 남았지만 처음과는 달라졌다. 가방을 메고 빗속을 내달린다. 이까짓 거! 비에 굴하지 않는, 더 단단해진 아이의 성장이 느껴진다(그림).
책에는 아이에게 우산이 없는지 물어보는 어른이 두 번 등장한다. “같이 갈래?”라며 말을 걸어 준 어른이 있어서, 잠깐이지만 빗속을 같이 달려준 친구가 있어서 아이는 마음이 든든했을 것이다. 주변의 관심이 있어서 혼자여도 씩씩할 수 있었을 것이다. 빗속에 선 아이들과 함께하는 마음이 가장 크고 튼튼한 우산이다.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