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액 횡령 후 잠적…합천영상테마파크 호텔 조성사업 '‘빨간불’

입력 : 2023-06-02 09:2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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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자본 유치해 200실 규모 호텔 조성 추진…지난해 10월 착공
사업시행사 대표 200억 원대 횡령 후 잠적…호텔 조성 ‘먹구름’
합천군, 비상대책위원회 구성해 피해 최소화 나서

경남 합천영상테마파크 내 호텔 부지. 터파기 도중 공사가 중단된 상태다. 김현우 기자 경남 합천영상테마파크 내 호텔 부지. 터파기 도중 공사가 중단된 상태다. 김현우 기자

경남 합천군이 야심차게 추진해온 합천영상테마파크 숙박시설(호텔) 조성사업에 빨간불이 켜졌다. 사업시행사 대표가 거액을 횡령해 잠적하는 사태가 발생한 가운데 채무 보증을 선 군이 300억 원에 달하는 금액을 변제해야 할 수도 있다는 말이 나온다.

2일 군에 따르면 합천영상테마파크 호텔 조성사업은 지역경제 활성화와 지역소멸 위기 극복을 위해 시작됐다.

수익형 민간투자사업(BTO) 방식으로, 합천영상테마파크 내 1607㎡ 부지에 민간자본 590억 원(대출금 550억 원·시행사 자부담 40억 원)을 들여 전체면적 7336㎡, 7층·200실 규모 호텔을 건립한다.

군은 호텔 건립에 필요한 토지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시행사는 호텔을 준공해 군에 기부채납한 뒤 20년간 호텔 운영권을 갖는다.

사업 추진을 위해 군과 시행사인 모브호텔앤리조트(구 합천관광개발)유한회사는 지난 2021년 9월 호텔 건립 실시협약을 체결했다.

지난해 10월 착공해, 현재 터파기 공사(공정률 6%)가 진행 중이다.

그런데 지난 3월부터 사업 추진에 먹구름이 끼기 시작했다.

시행사는 지하 전석으로 인한 토공 물량 증가와 물가상승에 따른 자재비 급등, 공사 기간 부족 등을 이유로 군에 추가 대출을 위한 사업비 증액을 요구했다.

군은 타당성 검토를 위해 대리금융기관에 시행사 사업비 집행 내역을 요구했는데, 이 과정에서 사업공정에 비해 일부 과도한 지출 등 문제점이 발견된 것.

군은 사실 관계 확인을 위해 시행사 대표 A씨와 연락을 취하려고 했지만 지난 4월 19일 이후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

특히 A씨는 거액의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금을 빼돌린 채 잠적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군은 횡령 금액이 적어도 200억 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 있다.

PF대출약정의 근거인 실시협약에 따라 군은 1년 안에 대체사업자를 선정해 대출 약정의 권리·의무를 승계 시켜야 한다.

하지만 이번 거액 횡령 사태 탓에 현실적으로 이 사업 시행을 대체할 제3의 민간사업자를 구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더 큰 문제는 군과 시행사가 맺은 실시협약에 따라 군이 대출금을 변제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점이다.

업계 관계자는 관련 소송에서 패할 경우, 대출원금과 소송 기간 동안의 이자, 소송 비용 등이 300억 원대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합천군은 1일 군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합천영상테마파크 호텔 관련 대처방안을 발표했다. 김현우 기자 합천군은 1일 군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합천영상테마파크 호텔 관련 대처방안을 발표했다. 김현우 기자

군은 1일 군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합천영상테마파크 숙박시설(호텔) 조성사업 관련 추진현황과 대처방안에 대해 설명했다.

이선기 부군수를 위원장으로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그간 업무 추진 과정에서 위법한 사실이나 부적절한 행위는 없는지 상급 기관에 감사를 요청하는 등 피해를 최소화 하겠다고 밝혔다.

또 전문 변호인을 선임해 대응에 나섰으며, 31일에는 시행사 대표를 비롯한 관계자 4명을 업무상 횡령 혐의 등으로 경남경찰청에 고발했다고 덧붙였다.

박민좌 기획실장은 “합천영상테마파크 숙박시설 조성사업은 지역경제 활성화와 지역소멸 위기 극복을 위해 민간투자사업으로 추진하게 됐지만 상황이 이렇게 돼서 아쉽다”며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시행사 뿐만 아니라 관련 주체의 책임에 대해 법적 책임을 물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역발전을 위해 선의에서 출발한 호텔 건립 사업이 원활히 추진되지 못하고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되어 다시 한번 죄송하다”고 밝혔다.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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