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단오거리 유흥가에 철 지난 ‘하리단길’ 입길

입력 : 2024-02-12 18:10:43 수정 : 2024-02-13 16: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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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하구, 예산 5000만 원 투입
지난해 11월부터 특화거리 조성
‘O리단길’ 명칭 개성·특색 없어
주변 분위기와도 안 맞아 비판

지난 10일 부산 사하구 하단오거리 젊음의 거리에 ‘하리단길’을 알리는 조명 안내판이 설치돼 있다. 지난 10일 부산 사하구 하단오거리 젊음의 거리에 ‘하리단길’을 알리는 조명 안내판이 설치돼 있다.

“개성도 없고 감동도 없고… 수없이 우려먹은 ‘O리단길’ 명칭을 또 갖다 붙이니까 반감만 커지는 것 같아요.”

지난 10일 오후 9시 부산 사하구 하단동. 부산도시철도 하단역을 나와 ‘젊음의 거리’ 입구 방면으로 약 1분을 걸어가자 곧장 유흥가 밀집 지역이 나왔다. 시선을 빼곡하게 채우는 네온사인 간판은 번쩍이는 불빛을 쏟아내 대낮을 방불케 했다. 거리 곳곳에 들어선 유흥주점 간판 사이로 ‘하리단길’이라는 글자 조명이 눈에 들어왔다.

사하구에서 30년 이상 거주한 한 주민은 “이곳을 자주 오가는데, 유흥가 밀집 지역에 어느 날 ‘하리단길’이라는 표지가 붙어 있어 뜬금없다고 생각했다”며 “최근 회식 자리에서 지자체가 아무 특색과 개성도 없는 이름을 재활용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고 말했다.

하단오거리 유흥가 밀집 지역에 때아닌 ‘하리단길’이라는 명칭이 붙어 시민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유행이 지나 내리막길을 걷는 ‘O리단길’ 명칭을 본 딴 것을 두고 상권 활성화 효과가 제대로 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것이다.

사하구청은 예산 5000만 원을 들여 지난해 11월부터 이달 말까지 ‘하리단길 야간 경관 특화거리 조성사업’을 진행 중이다. 연말연시 빛거리 조명을 설치해 인근 주민과 관광객의 방문을 유도하고 상권을 활성화한다는 취지다.

구청은 폭이 약 10m에 이르는 도로를 마주보고 있는 건물과 건물 사이에 와이어를 연결해 갖가지 형태의 조명등을 설치했다. 하단교차로 젊음의 거리 일대와 에덴공원~동아대 승학캠퍼스 약 270m 구간이 해당한다.

그러나 ‘하리단길’ 명칭이 유흥업소가 즐비한 하단오거리 분위기와 전혀 동떨어진다는 비판이 거세다. 한 20대 여성은 “하리단길이라는 글씨 옆에 어울리지도 않는 ‘미인관’ ‘요술궁’ ‘마사지’ 같은 단어들이 함께 눈에 띄어서 시각공해라는 생각이 들 정도”라며 “이 주변만 오면 정신이 어지러워 빨리 벗어나고 싶다”고 말했다.

상인들도 엇갈린 반응을 보인다. 상권 활성화를 위해 구청이 의지를 보이는 것이 긍정적이지만, ‘O리단길’ 명칭을 쓴 것을 두고 비판이 적지 않다.

하단동 한 자영업자는 “서울 등 타 지역에서는 결국 젠트리피케이션이 발생하고 상권이 망해서 ‘○리단길’로 이름 붙이는 걸 피하는 분위기”라며 “검색창에 ‘하리단길’이라고 검색하면 ‘하리단길’은 커녕 ‘해리단길’만 나오는 것도 문제다. 굳이 특색 없는 이름을 따왔어야 했는지 아쉬움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글·사진=손희문 기자 moonsla@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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