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빙성 잃은 이화영의 '검사실 술 파티'…野 발 못빼는 이유는

입력 : 2024-04-20 11: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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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표 "동네 건달도 안하는 짓" 기정사실화 "국기문란" 비판
당 대표 주장 뒷받침해야 하고, 선고공판 다가오자 재판부 압박 의도

김성태 쌍방울 그룹 전 회장이 19일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성태 쌍방울 그룹 전 회장이 19일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연루된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으로 구속 수감 중인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검사실 술 파티' 주장이 갈수록 신빙성을 잃고 있다.

이 전 부지사의 진술이 계속 바뀌는가 하면, 핵심 관계자인 김성태 전 쌍방울 그룹 회장도 "전혀 사실이 아니다"며 부인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은 "술 파티 의혹 감찰도 못하는 검찰 수뇌부는 후배 검사들에게 부끄럽지도 않느냐"(민주당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고 비판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를 놓고 정치권은 이재명 대표가 당 공식회의에서 이번 사건을 의혹이 아닌 '사실'로 규정하고, '국기문란'이라고 비판했기 때문에 민주당도 발을 빼지 못하고 어쩔 수 없이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신빙성 잃어가는 이화영 주장

이 전 부지사는 지난 4일 재판에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회유로 진술을 조작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1313호 검사실 앞에 창고라고 쓰여 있는 방에 (김성태 등과) 모였다. 쌍방울 직원들이 외부에서 음식도 가져다주고, 심지어 술도 한번 먹었던 기억이 있다"며 처음으로 '검사실 음주'를 주장했다.

이 전 부지사는 술의 종류는 '소주'였고, "얼굴이 벌게져 한참 얼굴이 진정되고 난 다음에 귀소했다"고도 말했다.

이후 검찰이 호송 교도관의 출정일지 등을 제시하며 허위라고 반박하자 시점과 장소를 바꿨다.

수원지방검찰청이 19일 언론에 공개한 수원지검 1313호 검사실과 연결된 영상녹화실을 촬영한 사진. 영상녹화실 한쪽 벽면에는 가로 170㎝, 세로 90㎝ 크기의 유리창이 있어 내부가 훤히 들여다보인다.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는 최근 영상녹화실에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과 술을 마시며 진술을 조작했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쳤다. 수원지검 제공. 수원지방검찰청이 19일 언론에 공개한 수원지검 1313호 검사실과 연결된 영상녹화실을 촬영한 사진. 영상녹화실 한쪽 벽면에는 가로 170㎝, 세로 90㎝ 크기의 유리창이 있어 내부가 훤히 들여다보인다.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는 최근 영상녹화실에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과 술을 마시며 진술을 조작했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쳤다. 수원지검 제공.

이 전 부지사 측 변호사는 "이 전 부지사가 (쌍방울 관계자가) 종이컵에 뭘 따라 주길래 마시려 입을 대 보았는데 술이어서 먹지 않았다고 얘기를 하더라"며 주장을 번복하고, 음주 날짜도 바꿨다.

이 전 부지사의 주장을 뒤엎는 결정적인 반박도 나왔다.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은 지난 19일 수원지법에서 열린 재판에 출석하면서 '검사실 술판 진술' 주장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검사실에서 술을 마실 수가 없다.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직원을 시켜서 연어요리를 사 오라고 시킨 적 있느냐'는 질문에는 "그건 상식적이지 않다"고 부인했다.


■그럼에도 공세 수위 높이는 민주당

민주당은 이 전 부지사가 주장을 번복하고, 관련 인사들이 부인하는데도 불구하고 공세수위를 높였다.

고위 당직자들이 일괄사의를 표명한 19일 민주당은 '정치검찰사건조작 특별대책단'을 구성했다.

대책단장은 민형배 의원이, 간사는 당 대표 법률특보 출신으로 이번 총선 광주 광산갑에서 이긴 박균택 당선인이 맡는다. 주철현 의원은 사건조작진상조사팀장에, 김용민 의원은 이번 의혹에 연루된 검사들의 탄핵을 추진할 특검·탄핵추진팀장에 각각 임명됐다. 모두 친명(친이재명)계 인사들이다.

대책단은 20일 오전 휴일임에도 입장문을 통해 "진술조작 가담 의혹이 있는 검사들 뿐 아니라 감찰을 거부하고 익명의 문자로 사건을 물타기하며 범죄 혐의를 비호하는 의혹이 있는 모든 검사들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국정조사와 특검 등의 모든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더불어민주당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 박찬대 공동위원장과 김승원 법률위원장 등이 18일 쌍방울 대북송금 진술조작 의혹 관련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검찰청을 항의 방문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 박찬대 공동위원장과 김승원 법률위원장 등이 18일 쌍방울 대북송금 진술조작 의혹 관련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검찰청을 항의 방문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치권에서는 '검사실 술판' 의혹이 근거를 잃고 있는데도 민주당이 '직진'할 수 밖에 없는 배경으로 이재명 대표를 꼽았다.

이 대표가 공식석상에서 이번 의혹을 '사실'이라고 규정하고 강도높게 비판했기 때문에 민주당이 어쩔 수 없이 늪에 빠져들어 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지난 15일 언론에 공개된 최고위워회에서 "누군가를 잡아넣기 위해 구속 수감자들을 모아 술 파티를 하고 진술 조작 작전회의를 하고 그걸 검찰이 사실상 승인하고…. 이게 나라냐"라며 "대명천지에 대한민국 검찰이라는 데가 어떻게 이런 동네 건달들도 하지 않는 짓을…"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심각한 일이다. 그냥 있는 징계 사안이나 잘못이 아니라 국기문란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당내 절대 권력을 쥐고 있는 이 대표가 '진실'이라고 주장했는데, 당이 뒷받침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또 이 전 부지사에 대한 선고 공판(6월 7일)을 앞두고 이번 수사의 신뢰성을 흔들고 재판부를 압박해야 이 대표에게 씌워진 혐의를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기 때문에 무리수를 두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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