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선망 휴어기… 공동어시장 현대화 시계 ‘째깍째깍’

입력 : 2024-04-24 17:59:30 수정 : 2024-04-24 18: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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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부터 대형선망 2달 휴어기
비수기 맞춰 내달부터 철거 시작
부동산 PF 위기에 유탄 우려도
“새로운 유통 시스템 도입 필요”

지난 17일 새벽 부산 서구 부산공동어시장에서 부녀반 직원들이 고등어를 크기별로 분류하고 있다. 정수원 PD blueskyda2@ 지난 17일 새벽 부산 서구 부산공동어시장에서 부녀반 직원들이 고등어를 크기별로 분류하고 있다. 정수원 PD blueskyda2@

국내 고등어 80%를 유통하는 대형선망수협이 이번 주부터 두 달 동안 휴업에 들어가면서, 12년을 끌어온 부산공동어시장(이하 어시장) 현대화 사업도 마침내 착공할 것으로 전망된다. 단순히 노후 시설을 개선하는 수준을 넘어서기 위해 지금부터라도 새로운 유통 물류 시스템을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형선망수협은 지난 22일부터 금어기 1개월을 포함해 총 2개월 동안 휴어기를 가진다. 금어기는 수산자원관리법에 따라 산란기인 수산물을 포획하거나 채취할 수 없는 기간이다. 대형선망수협은 음력 3월 15일부터 4월 15일까지 고등어 금어기를 갖는다. 여기에 자율적으로 휴어기 1개월을 덧붙여 총 2개월을 쉰다.

대형선망수협이 휴어기에 들어가면서 어시장도 비수기를 맞았다. 국내 고등어의 80%를 위판하는 어시장은 대부분 고등어를 대형선망수협으로부터 공급받기 때문이다. 대형선망수협이 쉬더라도 소형선망이 잡아 온 고등어나 다른 어종은 계속 위판되지만 비중이 낮은 편이다. 생선 크기를 선별하는 부녀반과 어시장 중도매인 등 관련 인력도 이 기간 크게 줄어든다.

올해 첫 삽을 뜰 예정인 현대화 사업은 비수기에 맞춰 본격 시작된다. 부산시는 이번 주 안으로 조달청에서 현대화 사업 적정성 검토 결과가 나올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조달청 통보를 받은 직후 기획재정부와 협의를 거쳐 철거업체 입찰 공고를 낼 계획이다. 시 수산진흥과 관계자는 “신속 입찰을 통해 업체 선정과 철거 작업을 이른 시일 내 추진할 것”이라면서 “5월 중으로 유류 탱크 철거 시작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는 철거 작업을 진행하는 동시에 1단계 공사 시공업체를 선정할 계획이다. 현대화 사업은 수산물 위판에 최대한 영향을 주지 않기 위해 위판장과 건물 등 어시장 시설을 3분의 1씩 나누어 순서대로 공사한다.

지난해 12월 부산공동어시장이 설치한 선어 선별기. 정수원 PD blueskyda2@ 지난해 12월 부산공동어시장이 설치한 선어 선별기. 정수원 PD blueskyda2@

일각에서는 최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로 시공업체 선정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현재 부산 핵심 인프라 사업인 봉래산터널 건설이나 서부산의료원 조성 사업도 참여 업체를 구하는데 난항을 겪고 있는 상태다. 다만 어시장 현대화 사업은 토목 공사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난이도가 낮고, 기재부가 물가 상승분 555억 원을 증액해 줬기 때문에 상황이 다르다는 시각도 있다.

어시장 현대화 사업이 가시화하면서 위판 방식도 개선을 고민할 시점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현재 어시장은 고등어를 바닥에 쏟아붓고 사람이 일일이 분류하는 ‘바닥 위판’인 데다, 물량 절반가량은 습기에 취약한 나무 상자에 담고 있다. 이런 전근대적 방식이 유지되는 한, 외관을 새로 단장하더라도 깨끗하고 효율적인 ‘진짜 현대화’는 이룰 수 없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어시장은 지난해 12월 고등어 강국인 노르웨이 업체에 고등어 크기를 자동으로 분류해 주는 ‘선어 선별기’를 구입했지만 수개월째 방치돼 있다. 선어 선별기는 기존 방식인 소형(약 20kg) 상자 경매가 아니라 대형 상자에 담아 파는 ‘통경매’ 방식이기 때문에 선사들이 이용을 꺼리기 때문이다. 선어 선별기는 고등어와 섞인 다른 어종을 잘 솎아내지 못한다는 불신도 있다. 새 기계를 들여와도 이에 맞는 운영 방식이 자리 잡지 못하면 소용 없다는 사실을 입증한 셈이다. 어시장 관계자는 “5월부터 선어 선별기를 다시 운영하여 소형선망에 사용을 독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부산의 한 수산 분야 전문가는 “어시장은 외관을 바꾸는 것뿐만 아니라 위판에서 포장까지 이어지는 유통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면서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 시와 어시장, 수협 등 관계 기관이 지금부터 고민을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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