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훈부 "민주유공자법, 극심한 혼란"…대통령 거부권 요청 검토

입력 : 2024-04-25 20: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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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인 심사 기준도 없어 혼란만"
윤 대통령 거부권 요청 검토

23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여당 간사인 강민국 의원이 의사진행 발언 후 퇴장하고 있다. 이날 정무위는 야당 단독으로 가맹사업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과 민주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의 국회 본회의 직회부를 의결했다. 연합뉴스 23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여당 간사인 강민국 의원이 의사진행 발언 후 퇴장하고 있다. 이날 정무위는 야당 단독으로 가맹사업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과 민주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의 국회 본회의 직회부를 의결했다. 연합뉴스

야당이 추진하는 민주유공자예우법 제정안(이하 민주유공자법안)을 두고 국가보훈부가 유공자 등록을 결정하는 심사기준이 모호해 극심한 사회적 혼란을 야기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이희완 국가보훈부 차관은 25일 국방부 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지난 23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국회 본회의 직회부를 단독으로 의결한 민주유공자법안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민주유공자법안은 이 법의 적용 대상자를 '1964년 3월 24일 이후 반민주적 권위주의 통치에 항거해 헌법이 지향하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 확립에 기여한 희생 또는 공헌이 명백히 인정돼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된 사람'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 차관은 "법안 적용 대상에는 독재정권 반대운동, 교육·언론·노동 운동, 부산 동의대·서울대 프락치·남민전 등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에서 인정한 다양한 사건이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보훈부는 순국선열, 애국지사, 전몰군경 등 국가유공자별 정의가 명확한 국가유공자법과 달리 민주유공자법은 '헌법이 지향하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 확립', '사회적 공감대 형성' 등 모호하고 불명확한 용어로 민주유공자를 규정하고 있어 심사 과정에서 혼란이 초래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 차관은 이어 "이 중 어떤 사건이 '민주유공사건'인지, 그 관련자 중 어떤 사람을 '민주유공자'로 결정할지에 대한 심사기준이 법률에 명확히 규정돼 있지 않아 민주유공자를 결정하는 데 심각한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덧붙여 "민주유공자를 가려낼 법률상 명확하고 구체적인 심사기준도 없이 국가보훈부에서 자체적으로 민주유공자를 결정할 경우, 심사에서 탈락한 사람의 쟁송이 끊임없이 제기되는 등 극심한 사회적 혼란이 야기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보훈부는 민주유공자법안에 다양한 민주화운동 중 어떤 사건을 민주유공사건으로 인정할지에 대한 심의 기준이 없고 이를 대통령령에 위임하고 있지 않으며, 보훈심사위원회 심의를 의무사항이 아닌 재량사항으로 규정하고 있는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보훈부는 법안이 국회를 통과해 정부로 이송되면 윤석열 대통령에게 즉각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건의한다는 입장이다. 보훈부 관계자는 기존 심사 과정에서 야당에 법안의 독소조항을 충분히 설명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면서 "필요하다면 대통령실에 거부권 행사를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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