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교수 자필 대자보 "한국 의료 정치적 이슈로 난도질"

입력 : 2024-04-25 20:39:24 수정 : 2024-04-29 11: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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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방사선종양센터 외래 병동에 있는 장범섭 교수 진료실 문 앞에 환자들에게 전하는 자필 대자보가 붙어 있다. 연합뉴스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방사선종양센터 외래 병동에 있는 장범섭 교수 진료실 문 앞에 환자들에게 전하는 자필 대자보가 붙어 있다. 연합뉴스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는 전국 의대 교수들이 사직서를 제출한 지 한 달이 지나면서 사직 효력이 발생하기 시작한 첫날인 25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의 한 병동에 붙은 '사직의 변'을 전하는 자필 대자보가 화제다.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이날 서울대병원 장범섭 방사선종양학과 교수의 진료실 문 앞에는 "대한민국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있는 현 정부보다는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 달라"는 내용의 대자보가 붙었다. 장 교수는 '환자분들께'로 시작하는 글에서 "현재 대한민국 의료는 정치적 이슈로 난도질당하고 있다"며 "저는 환자분들을 성심껏 대했지만 누구 말처럼 연봉 3억∼4억 원은 어불성설이며 정부의 낮은 (의료) 수가로 환자는 5분 진료만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런 의료현장의 목소리는 묵살하고 2000이라는 숫자에 목맨 (의대) 증원은 의료재정을 더욱 고갈시키고 각종 불필요한 진료로 환자들은 제물이 될 것"이라며 "대학병원에는 아무도 남으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전문의 자격을 취득한 뒤 6년째 매년 계약하고 있다고 밝힌 장 교수는 "현 정부의 이러한 태도는 진료를 힘 빠지게 하고 소극적으로 하게 한다"며 "불혹의 나이에 얻은 각종 질병과 함께 개인 생활을 희생하면서도 응당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미련하게 살아온 모습이 오히려 어리석었던 것 같다"라고도 했다. 이어 "참된 의사를 교육하는 병원의 교수로 있다는 것에 큰 회의감과 무기력함을 느껴 사직서를 제출했다"며 "(환자들에게) 죄송한 마음뿐"이라고 전했다.


앞서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도 교수들이 집단으로 사직서를 제출한 지난달 25일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을 규탄하는 성명서와 함께 '환자분들께 드리는 글'을 병원 곳곳에 게시했다. 성명서에는 정부의 일방적인 의대 증원 정책 추진을 비판하는 내용이, 환자들을 위한 글에는 "잘못된 정책으로 의료 체계가 무너지고 의학 교육이 망가지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 없다"는 교수들의 호소가 담겼다. 다만 환자와 보호자들의 반응은 엇갈린 가운데, 서울대병원 본관 1층 엘리베이터 옆에 붙어있는 비대위 글에는 환자 또는 보호자가 적은 것으로 추정되는 욕설이 적혀 있기도 했다. 반면 비대위 글을 읽고 교수들의 입장을 이전보다는 이해하게 됐다는 반응도 나왔다.

성규환 부산닷컴 기자 basti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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