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한동훈·이원석 '당대의 칼잡이' 떠나보냈다…위기일까 기회일까

입력 : 2024-05-06 10:07:37 수정 : 2024-05-06 10: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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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비대위·당직자들과 교류 이어가면서 尹 오찬 초청은 거절
이원석 '명품백' 사건 전담팀 구성지시…8월 퇴임 앞두고 독자행보
윤 대통령, 검찰 의존 벗어나 국민 눈높이에서 국정 운영할 계기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왼쪽)과 이원석 검찰총장. 연합뉴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왼쪽)과 이원석 검찰총장.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정치에 발을 들여놓기 전부터 가장 두터운 신뢰를 받았던 검찰 후배 두 사람이 사실상 윤 대통령의 곁을 떠났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이원석 검찰총장이 그들이다.


■집권 2년만에 검사 출신 최측근 멀어져

한 전 위원장은 4·10 총선에서 여당이 패배한 뒤 칩거하고 있다.

윤 대통령이 선거가 끝난 뒤 한 전 위원장을 포함한 '한동훈 비대위' 인사들에게 오찬 회동 제안했지만 한 전 위원장이 건강상 이유로 거절하면서 관계가 소원해졌다.

특히 한 전 위원장이 윤 대통령의 오찬 제의는 거절했으면서도 비대위원, 당직자들과는 각각 식사 자리를 마련해 교류를 이어가고 있다. 여권에서는 한 전 위원장이 서서히 세 결집에 나서 정치를 재개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전 위원장은 선거 기간에도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의혹, 해병대 채상병 사건에 관련한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거취 등을 놓고 대통령실과 갈등을 빚었다.

이 총장은 최근 김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 사건에 대해 전담팀을 꾸려 본격적으로 수사하라고 지시했다.

윤 대통령이 지난 2월 KBS 신년대담에서 해당 사건을 '몰래카메라를 이용한 정치공작'이라고 규정했음에도 이 총장이 그동안 미뤄오던 수사를 본격화한 것은 그만큼 '용산'의 입김에서 자유로와졌다는 의미로도 풀이된다.

특히 이 총장은 이번 수사 전담팀 구성에 대해 대통령실에 어떠한 '귀뜸'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용산 내부에서는 불만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의 한 인사는 "특검 때문에 수사를 더이상 미룰 수 없는 검찰의 입장을 모르지는 않지만, 갑자기 이런 식으로 나오면 뒤통수를 맞았다는 느낌이 들지 않을 수 없다"고 볼멘 소리를 했다.

검찰에서는 임기 2년을 마치고 오는 8월 퇴임을 앞둔 이 총장이 윤 대통령의 그늘에서 벗어나 '홀로서기'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민심에 기대 국정주도권 회복 기회

한 전 위원장과 이 총장은 '윤석열 검찰총장' 시절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윤 대통령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동고동락했다.

나이는 다르지만(한동훈 1973년생, 이원석 1969년생) 사법시험 37회 동기로 윤 대통령과 함께 검찰 내에서 특수부(중앙수사부) 검사로 맹활약했다. 윤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을 맡았던 2017~2018년에는 박근혜 정부 '적폐' 수사를 맡았다.

이후, 윤 대통령이 문재인 정부에서 핍박받을 때 한 전 위원장은 부산고검 차장, 이 총장은 수원고검 차장으로 나란히 좌천됐다.

천신만고 끝에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면서 한 전 위원장은 법무부 장관으로, 이 총장은 첫 검찰총장으로 각각 발탁돼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5일 청와대 연무관에서 열린 어린이날 초청 행사에 참석해 어린이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5일 청와대 연무관에서 열린 어린이날 초청 행사에 참석해 어린이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집권 2년 만에 윤 대통령은 자신이 키워냈고, 데리고 썼던 '최고의 칼잡이' 2명을 거의 비슷한 시기에 떠나보내게 됐다.

총선 참패로 위기를 맞은 윤 대통령이 신뢰하던 측근들까지 잃고 국정 장악력이 크게 떨어졌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다시 정국의 주도권을 잡는 반전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동시에 나온다.

최고의 실력을 갖춘 검사 후배 2명이 곁에 없지만, 윤 대통령은 이제 더이상 검찰 인맥에 의존하지 않고 진정한 정치인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검찰의 시각이 아닌 국민의 눈높이에서 정국을 바라보고, 법에만 기대지 않고 민심에 중심을 두고 국정을 운영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조언이 나오고 있다.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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