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투자자들이 이달 들어 2조 원 가까운 국내 주식을 팔아치우고 미국 주식을 사들이는 ‘서학 개미’로 돌아섰다. 금융투자소득세(이하 금투세) 도입에 대한 우려가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는 분석도 나온다.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 투자자들은 이달 1일부터 13일까지 유가증권시장(코스피)과 코스닥시장에서 총 1조 9280억 원의 주식을 순매도했다.
특히 개인 투자자들의 순매도 1, 2위 종목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로 반도체 대장주 물량을 대거 내놨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순매도 금액은 각각 5590억 원, 3700억 원이다. 이어 △네이버(1760억 원) △셀트리온(1130억 원) △삼성중공업(960억 원) △LG전자(930억 원)가 뒤를 이었다.
같은 기간 개인 투자자들의 투자금은 미국 주식으로 상당 부분 유입됐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개인 투자자들은 미국 주식을 4280억 원으로 해외 주식 중 가장 많이 사들였다. 일본 주식은 450억 원, 중국 주식은 20억 원 순매수했다.
이 기간 상장지수펀드(ETF)를 제외하고 국내 투자자들이 순매수한 1위 종목은 스타벅스로 총 1083억 원의 물량을 사들였다. 이어 △마이크로소프트(689억 원) △인텔(687억 원) △팔란티어 테크놀로지스(384억 원) △슈퍼마이크로컴퓨터(293억 원) △AMD(198억 원)가 이름을 올렸다.
국내 주식에 대한 개인 투자자들의 투자심리가 위축된 배경은 금투세 도입 우려로 풀이된다. 실제로 국회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게재된 ‘금투세 폐지 요청에 관한 청원’은 지난달 9일부터 이달 9일까지 한 달간 6만 5449명의 동의를 얻었다. 해당 청원은 게시된 지 약 일주일 만에 5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으면서 소관위원회(기획재정위원회) 회부 기준선을 넘기도 했다.
하나증권 이경수 연구원은 “금투세 관련 우려에 더해 반도체주 등 성장주가 부진하다 보니 고위험과 고수익을 얻으려는 개인 투자자들의 국내 주식 투자가 소강상태를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금투세는 주식·채권·펀드·파생상품 등에 투자를 통해 얻은 연간 수익이 5000만 원을 넘으면 초과한 소득의 20%(지방세 포함 22%)를 부과하는 세금이다. 3억 원 초과분에 대한 세율은 25%(지방세 포함 27.5%)다.
즉 대주주 여부와 상관없이 모든 투자자들이 금투세 부과 대상이다. 금투세는 당초 2023년 시행될 예정이었지만 2022년 금투세 폐지를 대선 공약으로 내건 윤 대통령이 당선되자, 여야 합의를 통해 시행 시기가 내년 1월로 미뤄졌다.
정치권에서도 금투세 폐지를 두고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은 첨예한 대립을 보이는 상황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 2년 국민보고·기자회견’에서 “금투세를 폐지하지 않는다면 증시에서 엄청난 자금이 이탈될 것”이라며 “1400만 개인 투자자들에 대한 막대한 타격이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당분간 국내 증시가 변동성 장세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했다. 키움증권 한지영 연구원은 “4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 전후로 변동성 장세가 빈번하게 출현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정훈 기자 leejnghu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