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퐁피두센터 부산은 서울과는 달리 영구적 시설입니다!”
부산이 유치하고자 하는 세계적 미술관 퐁피두센터 부산 분관이 일정 기간 운영한 후 문을 닫는 한시적 시설이 아닌 영구적 시설물인 것으로 확인됐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지난달 31일 부산 지역 언론사 문화 담당 기자 간담회를 열고 항간의 우려에 대해 이처럼 답했다.
부산시의회는 최근 부산시가 제출한 ‘세계적 미술관 분관유치를 위한 업무협약 동의안’을 가결했다. 이에 따라 부산시는 빠른 시일 내 퐁피두센터와 업무협약에 나서게 된다. 부산시는 향후 일정에도 낙관적이다. 업무협약에 관한 사항이 시의회를 통과했고 퐁피두 역시 이사회를 통과한 만큼 큰 걸림돌은 모두 넘었다는 설명이다. 부산시는 이르면 가을 정도에 업무협약을 마무리 지을 계획이다. 박 시장과 함께 간담회 자리에 배석한 심재민 부산시 문화체육국장은 "11~12월 (퐁피두) 실무자들이 부산을 방문할 계획인데 그 전에 사인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기대공원 어울마당 인근에 지어질 퐁피두센터 부산은 연면적 1만 5000㎡(부지 3만㎡)에 전시실, 창작공간, 수장고, 커뮤니티홀, 교육실, 야외공원을 갖추게 되고, 설계는 국제 공모로 진행될 예정이다. 시가 퐁피두를 선택한 것도 세계적인 미술관 흐름에서 20세기와 21세기 미술 사조 흐름을 볼 수 있는 곳이 많지 않은데 퐁피두는 피카소부터 리히터에 이르기까지 가장 많은 현대미술 대가 작품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날 박 시장은 무엇보다 한화그룹이 서울 63빌딩 별관을 리모델링해 내년 10월부터 4년 동안 운영하는 ‘퐁피두센터 한화 서울’과의 차별성을 크게 강조했다. 퐁피두센터 부산의 경우, 63빌딩 별관에 기획전만 운영하는 서울과는 달리 전시 기획 외에도 프랑스의 예술교육 프로그램이나 지역 예술가가 머물며 창작 작업을 하는 레지던시 프로그램 등 다양한 활용이 가능한 독립 건축물로 완성된다는 것이다. 프랭크 게리가 설계한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 등에서 보듯 건축물 자체로도 중요한 가치를 갖는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는 “부산 분관 또한 한시 운영 후 퐁피두가 떠나면 어떻게 하느냐”는 지역 문화계 일각의 우려에 대한 답변이었다. 게다가 "퐁피두센터 르랑 르 본 관장은 최근 '오르세미술관도 파트너십으로 들어오겠다'고 해 오히려 기대가 더 큰 상황"이라는 것이 박 시장의 설명이다.
또한 박 시장은 브랜드 사용료 등 해마다 100억 원이 넘는 운영비를 어떻게 충당할지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박 시장은 "지난해 부산시립미술관이 기획한 ‘무라카미 다카시’ 전시는 15만 명 가까이 관람하고, 최근 막을 내린 부산시립박물관의 ‘수집가 전(傳)’ 은 10만 명이 들었다"며 "괜찮은 기획전에는 지역 관계없이 관람객이 몰린다"고 언급했다. 퐁피두 분관이 생긴 후 수준 높은 유료 전시로 관람객을 끌어모으면 충분히 운영비 재원을 확보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어 "스페인 마드리드의 경우 프라도 미술관이나 레이나 소피아 미술관 등 세계적인 미술관이 있어 한 해에 끌어들이는 해외 관광객이 400만~500만 명에 달한다”며 “세계 문화도시 관광의 핵심은 문화이고, 그중에서도 미술관이 중심”이라고 퐁피두 유치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한편 박 시장은 1시간 남짓 이어진 간담회에서 퐁피두센터 부산 분관 유치 외에도 부산시가 추진하는 다양한 문화 관련 사업의 현황을 설명했다. 특히 최근 백지화 가능성이 제기된 박서보 미술관 건립 건의 경우 "아직 협의가 진행 중"이라고 언급했다. 박서보 미술관의 경우 부산시 재정사업이 아니라 시는 ‘이기대 예술공원’(가칭) 안에 장소를 제공하고, 박서보재단이 지어서 기부채납하는 방식이 유력하다. 박 시장은 “세계적인 건축가-작가가 매칭된 이런 파빌리온 형태의 숲속 미술관을 (박서보 미술관을 비롯) 여러 개 만들어 숲속을 산책하듯 찾아다닐 수 있도록 하면 좋겠다”며 “바다와 자연, 생태가 조화를 이룬 세계적인 명소로 이기대를 가꾸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이달 말 준공하는 부산콘서트홀에 맞춰 7월 개소한 시 산하 조직 ‘클래식부산’에 대해서도 박 시장은 “현재 공모 중인 대표 직책은 사업소장이지만, 독립적인 기관장으로 대우할 것”이며 “기존 부산문화회관 재단이 있지만, 섣불리 통합하는 것은 오히려 안 좋다고 생각해 문화회관은 문화회관대로 활성화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언급했다. 1 사업소 3개 팀으로 구성된 클래식부산은 이달 말 부산콘서트홀이 준공하는 대로 입주하고, 내년 개관에 맞춰 준비 중인 베토벤을 주제로 한 공연 일정 확정과 연주자 섭외, 지역 청소년을 위한 마스터클래스를 추진할 예정이다. 이밖에 연극전용극장 조성 경과 관련해서는 “부산시민회관 소극장 활용을 협의 중”이라고 답했다. “2025년부터 대한민국연극제 개최 시기에 4~6주간 사용할 수 있도록 대관 허가를 검토 중”이라는 게 추가 답변이다.
김은영 기자 key66@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