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유지 매입비 86억 등 전액 시비
시의회 상임위 “너무 과하다”반대
편입토지 취득 관리계획안 부결

통영시가 36홀 규모 파크골프장 조성을 추진하고 있는 산양읍 삼덕리 564번지 일원. 총 4만 7633㎡면적이다. 부산일보DB

속보=경남 통영시가 시비 116억 원을 들여 조성하려던 36홀 파크골프장 사업(부산일보 9월 3일 자 11면 보도)을 백지화하기로 했다. 과도한 예산 투입에 대한 시의회 거부감이 상당한 데다, 부지 매입을 위한 공유재산 관리계획안이 상임위원회 문턱조차 넘지 못하면서 계속 추진이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통영시는 5일 보도자료를 통해 “산양지구 파크골프장 조성 편입토지 취득 관리계획안이 시의회에서 부결됨에 따라 사업추진을 철회한다”고 밝혔다. 앞서 시의회 산업건설위원회는 지난 2일 열린 제232회 임시회 제1차 회의에서 관련 계획안을 표결 끝에 부결했다. 무기명 투표 결과, 참석 의원 6명 중 4명이 반대표를 던졌다.

산양지구 파크골프장은 산양읍 삼덕리 564번지 일원 사유지 4만 7633㎡를 사들여 18홀 파크골프장 2곳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시는 파크골프 인구 증가에 따른 인프라 확충과 낙후돼 가는 미륵권역 활성화를 명분을 내세워 시의회 동의를 구했다.

하지만 시의회는 재정자립도가 12.5%에 불과한 열악한 지방재정을 고려할 때 사업비 부담이 너무 과한 데다, 현재 운영 중인 1곳을 비롯해 내년 개장을 앞둔 시설도 2곳 더 있다며 반대했다.

산양지구 총사업비는 116억 원. 전액 시비로 충당한다. 특히 최미선 의원은 매입예정가격이 공시지가의 5배에 달하는 점을 지적하며 “이 돈 주고 땅을 사 골프장 만든다면 시민이 납득할 수 있겠나”고 반문했다. 실제 통영시가 85억 6000만 원 상당에 매입하기로 한 대상지의 공시지가는 17억 원에 불과하다.

2일 오전 열린 통영시의회 제232회 임시회 산업건설위원회 제1차 회의에서 ‘산양지구 파크골프장 조성사업 편입 토지 취득 관리계획안’을 놓고 최미선 의원(왼쪽)과 이유섭 건설과장이 질의응답을 벌이고 있다. 부산일보DB

김혜경 의원도 수요와 입지 여건 등을 더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짚었다. 박상준 의원은 막대한 재정이 투입되는 사업에 시민사회는 물론, 시의회와도 사전 교감이 없었다고 꼬집었다. 김미옥 의원은 “투자대비 편익이 얼만지, 지역 경제 유발효과는 어느 정도인지 등을 토대로 시민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며 재검토를 요구했다.

이후 산양읍 주민 20여 명은 상임위 결정에 반발해 시의회를 항의 방문했다. 이 과정에 배도수 의장이 본회의 ‘직권 상정’ 의지도 내비쳐 부활 가능성도 점쳐줬지만, 집행부가 사업을 철회하면서 사실상 백지화 수순을 밟게 됐다.

이에 대해 통영시 관계자는 “하천 유휴부지 등이 없어 사유지를 매입하지 않고는 정규홀 이상 조성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사업 적정성이나 예산 합리성 등은 이후 진행될 행정절차 과정에 충분히 견제할 수 있었는데 걸음마조차 떼지 못하게 돼 안타깝다”고 밝혔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