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감독 에릭 쿠가 폐막작 ‘영혼의 여행’으로 올해 BIFF를 찾았다. ‘영혼의 여행’ 팀은 폐막식에 앞서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을 찾아 영화를 제작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11일 오전 영화의전당 소극장에서 열린 BIFF 폐막작 기자회견에 참석한 에릭 쿠 감독은 BIFF와의 인연을 소개하며 말문을 열었다. 에릭 쿠 감독은 “제 첫 영화 ‘면로’가 BIFF에서 상영됐는데 당시 제 아들이 1살이었다. 올해 제 아들이 29살이 돼 이번 영화에 각본을 맡게 됐다”며 “이 영화제는 제게 특별한 의미이고 폐막작으로 ‘영혼의 여행’을 선택해 줘 정말 영광스럽다”고 말했다. 이날 열린 기자회견에는 에릭 쿠 감독을 포함해 에드워드 쿠 작가, 아드리안 탄 촬영감독, 사카이 마사아키 배우, 후부키 준 배우, 타치바나 유타카 프로듀서, 박도신 BIFF 집행위원장 직무대행이 참석했다.
에릭 쿠 감독은 싱가포르인 최초로 칸 영화제, 베를린 영화제, 베니스 영화제에 모두 초청되며 문화 훈장을 받았다. 그는 1995년 영화 ‘면로’로 데뷔해 ‘12층’(1997), ‘내 곁에 있어 줘’(2005), ‘마이 매직’(2008) 등의 작품이 칸 영화제에 초청됐다. 그의 신작 ‘영혼의 여행’은 감독의 아들 에드워드 쿠 작가가 각본을 쓰고, 프랑스의 대배우 카트린느 드뇌브가 주연을 맡은 작품이다. 싱가포르, 프랑스, 일본 제작진이 함께 작품에 참여했다. ‘영혼의 여행’은 세계적인 샹송 가수 클레어(카트린느 드뇌브)와 그의 열렬한 팬인 유조(사카이 마사아키)가 사후세계를 함께 하며 겪는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에드워드 쿠 작가는 코로나19의 여파로 사람들이 느낀 폐쇄감과 상실감을 영화로 만들어보고 싶었다고 제작 취지를 밝혔다. 그는 “팬데믹 기간 집에 갇혀있어야 하는 순간에 구원을 받거나 탈출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이러한 상황에 영감을 받아 각본을 쓰게 됐다”며 “사후세계와 살아있는 사람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산다는 게 무엇인지 생각해 보게 하는 영화”라고 소개했다.
카트린느 드뇌브 배우는 일정 등의 이유로 기자회견에 참석하지 못했지만, 부산을 찾은 다른 배우들은 훈훈했던 촬영장 분위기를 전했다.
사카이 마사아키 배우는 “다양한 언어로 이야기하는 만큼 현장에서 의사소통이 힘들지 않을까 걱정했다. 하지만 언어가 달라도 말이 통하는 사후세계를 다루는 작품의 내용처럼 언어의 장벽은 느끼지 않았다”며 “우리의 마음을 그대로 전달할 수 있었던 현장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회상했다. 후부키 준 배우는 “사카이 배우가 촬영 당시 팥앙금이 들어간 간식을 사줬는데 드뇌브 배우가 그걸 너무 좋아하며 먹었다. 드뇌브 배우에게 다른 일본 음식도 소개해 주고 싶었다”며 “의사소통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고 허물없이 즐기며 촬영했던 것 같다”고 언급했다.
에릭 쿠 감독은 “팬과 가수가 거의 같은 날 죽고 사후세계에서 만난다는 건 특별한 의미다. 저쪽 어딘가에 희망이 있다는 메시지를 주고 싶었다”며 “촬영 감독이 카트린느 드뇌브 배우의 과거 영상을 다 살핀 뒤 촬영에 참고했고, 촬영 중에도 찍은 영상을 모두 검토해 영화 속에서 아름다운 장면들을 보는 재미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BIFF 폐막식은 11일 오후 6시 영화의전당 야외무대에서 열린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