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립 대금 수석 손한별의 새로운 실험

입력 : 2024-10-24 14:28:18 수정 : 2024-10-24 21:4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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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29일 다섯 번째 ‘음악공방’
전통예술과 현대 기술의 접목
정악 독주·민속악 합주·창작도
나눌락·사운드 오아시스 협업

다섯 번째 개인 연주회 ‘음악공방’을 27~29일 사흘에 걸쳐서 여는 손한별 부산시립국악관현악단 대금 수석. 손한별 제공 다섯 번째 개인 연주회 ‘음악공방’을 27~29일 사흘에 걸쳐서 여는 손한별 부산시립국악관현악단 대금 수석. 손한별 제공

“공연과 기술(사운드)이 결합하면 어떠한 효과가 나타날지 기대 반 걱정 반입니다.”

손한별(38·부산시립국악관현악단 대금 수석)의 다섯 번째 ‘음악공방’ 개인 연주회 주제는 ‘몰입’이다. 부산 해운대구 재송동 나눌락이라는 소공연장에서 27~29일까지 열린다. 시립예술단에 몸담고 있으면서 개인 독주회를 여는 일도 부지런을 떨어야 하는 일이지만, 사흘에 걸쳐 정악 독주, 민속악 합주, 창작음악을 기획·연주(몰입)하고, 매 공연 또 다른 몰입을 위한 사운드 협업을 시도하는 것도 드문 일이다.

여기에는 나눌락 공간을 운영하는 박선영 대표 의지도 한몫했다. 박 대표는 “하나의 작은 공간에서 아티스트가 원하고 의도하는 공연이란 어떤 것인지 보여주기를 바랐다”면서 “다른 곳에서 한 적이 없는 새로운 시도가 포함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특별히 손한별 연주자를 컨택한 것은 “아티스트로 무르익었으면서 새로운 시도를 끊임없이 하는 것 같아서”라고 답했다.

다섯 번째 개인 연주회 ‘음악공방’을 27~29일 사흘에 걸쳐서 여는 손한별 부산시립국악관현악단 대금 수석. 손한별 제공 다섯 번째 개인 연주회 ‘음악공방’을 27~29일 사흘에 걸쳐서 여는 손한별 부산시립국악관현악단 대금 수석. 손한별 제공

27일 오후 4시에 열릴 첫 번째 몰입-천성(天聲) 공연은 정악 연주인 대금 독주로 ‘취태평지곡’을 들려준다. 그는 “영산회상 전곡 앨범은 이미 냈지만, 취태평지곡만 안 했기 때문에 이 곡을 골랐다”고 밝혔다. 연주법도 기존 정형화된 가락을 벗어나 연주자의 역량에 따라 자유롭게 변주하는 해탄(원 가락을 풀어 변주함) 계열을 선택했다. 일반적으로 상령산 2장까지는 해탄 가락을 사용하지만, 이번 연주에서는 모든 가락(다스름-상령산-중령산-세령산-가락덜이-삼현도드리-염불도드리-타령-군악-여음)을 해탄으로 구성한다. 손한별은 “이러한 시도는 취태평지곡의 유려하고 깊이 있는 가락을 더욱 자유롭게 대금 독주로 풀어내고자 하는 변형이며, 정악의 본질에 대한 고민을 담아내는 도전”이라고 밝혔다. 소리 자체에 깊이를 더하기 위한 시도로는 경남 양산의 스타트업 ‘사운드 오아시스’의 모스 사운드 테크놀로지와 멀티 이펙터를 활용할 예정이다. 즉 청중은 골전도 이어폰을 끼고 손한별이 연주하는 대금 연주를 감상하게 된다. 이어폰에는 사전에 채집한 빗소리와 숲에서 나는 소리가 ASMR(자율 감각 쾌락 반응의 줄임말)로 흐른다.

28일 손한별의 ‘음악공방’ 둘째 날 공연에 출연하는 아쟁 명인 김영길(전 국립국악원 민속악단 예술감독). 손한별 제공 28일 손한별의 ‘음악공방’ 둘째 날 공연에 출연하는 아쟁 명인 김영길(전 국립국악원 민속악단 예술감독). 손한별 제공

이틀째인 28일 오후 7시에 마련할 두 번째 몰입-지성(地聲)은 우리 민족의 삶에 깊고 넓게 뿌리내린 민속악이 연주된다. 땅의 울림처럼 표출되는 한과 신명을 담는다. 서용석류 대금산조(장단 손정진), 동초제 ‘춘향가’ 중 쑥대머리(소리 신진원, 장단 이진희), 강백천류 대금산조(장단 이진희), 시나위 병주(아쟁 김영길, 장단 손정진), 원장현류 대금산조(장단 손정진), 새타령(소리 신진원, 아쟁 김영길, 장단 이진희)으로 구성한다. 손한별이 직접 선곡하고, 연주자를 섭외했으며, 전곡의 대금 파트는 본인이 분다. 다양한 악기가 소리가 섞이는 공연인 만큼 이날은 멀티 이페터 기능을 사용하지 않는다. ASMR는 계곡의 물소리가 준비된다.


29일 손한별의 ‘음악공방’ 셋째 날 공연 위촉 작곡가인 김창환(강원도립국악관현악단 예술감독 겸 상임지휘자) . 손한별 제공 29일 손한별의 ‘음악공방’ 셋째 날 공연 위촉 작곡가인 김창환(강원도립국악관현악단 예술감독 겸 상임지휘자) . 손한별 제공
29일 손한별의 ‘음악공방’ 셋째 날 공연에 출연하는 해금 연주자 김원지. 손한별 제공 29일 손한별의 ‘음악공방’ 셋째 날 공연에 출연하는 해금 연주자 김원지. 손한별 제공

마지막 날인 29일 오후 7시 공연은 세 번째 몰입-아성(我聲)이다. 그는 아성에 대해 “내면의 감정, 호흡, 정서를 들여다보는 창작으로, 다양한 작품 속 전통과 창작의 혼합과 변형, 그리고 나를 돌아보는 몰입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날 연주될 창작곡은 모두 6곡으로, 각양각색의 작곡가에게 초연곡으로 위촉했다. 위촉 작곡가 중에는 JYP 피아노&작곡 트레이너(김세미)가 있는가 하면, 미국 돌비 본사 초청 영화음악 작곡가(안후윤), 영화강원도립국악관현악단 예술감독 겸 지휘자(김창환)도 포함됐다. 발표곡은 △원초적 바다(작곡 주소은, 대금 손한별) △수영강 너머(작곡 변재벽, 단소 손한별, 25현 가야금 김소정, 피아노 조수임) △BU-SAN(작곡 김세미, 퉁소 손한별, 양금 김소정, 해금 김원지, 타악 신석현) △Release my own(작곡 김창환, 산조 대금 손한별, 피아노 조수임, 베이스 이기욱, 드럼 김민건) △한 폭의 바다’(작곡 안후윤, 창작 대금 손한별, 피아노 조수임, 베이스 이기욱, 드럼 김민건) △무량(작곡 손한별, 산조 대금 손한별, 산조 가야금 김소정, 해금 김원지, 타악 신석현, 피아노 조수임, 베이스 이기욱, 드럼 김민건)이다. 마지막 날 아성의 ASMR은 부산을 콘셉트로 바다의 소리가 흐를 예정이다.

다섯 번째 개인 연주회 ‘음악공방’을 27~29일 사흘에 걸쳐서 여는 손한별 부산시립국악관현악단 대금 수석. 손한별 제공 다섯 번째 개인 연주회 ‘음악공방’을 27~29일 사흘에 걸쳐서 여는 손한별 부산시립국악관현악단 대금 수석. 손한별 제공

손한별은 “나눌락에서 좋은 기회를 주셔서 세 번의 실험을 할 수 있지만 전통에 대한 변형은 늘 부담스럽다. 잘해야 본전이고, 못하면 욕을 먹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전통을 지키는 사람이 있다면 그걸 끊임없이 변형시키는 사람도 있어야 한다. 공연이 실패하더라도 뭐가 잘못된 것인지를 알고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으면 그걸로 족하다. 후배들에게 자극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덧붙였다.

입장료 27~28일 3만 원, 29일 1만 원(2024 부산 원먼스 페스티벌-우리동네 문화살롱 페스타 4th 연계). 문의 051-715-7080.

김은영 기자 key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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