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삽조차 뜨지 못한 부산 오시리아 관광단지의 대규모 문화예술타운인 ‘쇼플렉스’(부산일보 2023년 12월 22일 자 6면 등 보도)가 장기 방치될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부산도시공사와 사업자가 소유권 이전 등기 소송으로 법정 공방을 벌이다 결국 조정이 결렬됐기 때문이다. 곧 1심 판단이 나온다 하더라도 대법원까지 상고한다면 앞으로 몇 년이 더 걸릴지 예측하기 어렵다.
12일 부산시의회 건설교통위원회 조상진(남1) 의원에 따르면 부산지법 동부지원 민사2부는 도시공사와 쇼플렉스의 개발시행사인 (주)아트하랑 간 소유권 이전 등기 소송을 심리하고 있다. 부산도시공사에 따르면 4차례 변론 과정에서 아트하랑이 재판부에 조정을 요청해 조정 국면이 진행됐으나 최근 시행사가 ‘수용 불가’ 입장을 밝히면서 다시 본안 심리가 진행되고 있다.
부산도시공사 관계자는 “공사는 사업이 준공될 때까지 사업 이행을 담보하는 안전 장치인 환매권과 가등기 등이 유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며 “하지만 시행사는 착공에 들어가면 가등기를 말소해 달라고 요구하면서 조정이 결국 결렬됐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부터 시작된 법정 공방은 오는 27일 8번째 변론기일을 앞두고 있다. 1심 결론이 내년 초에 난다고 하더라도 대법원까지 상고한다면 다툼은 짧게는 3년, 길게는 5~6년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
그렇게 된다면 오시리아 관광단지 관문에 자리 잡은 핵심시설이 텅 빈 공터로 방치될 수밖에 없다. 환매가 진행된다고 하더라도 이런 식으로 크게 한 번 엎어진 사업에 뛰어들 새 사업자를 찾는 일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숙박 위주의 관광단지에 수익성을 낼 수 있는 문화예술타운의 형태가 무엇인지도 고민스러운 지점이다.
앞서 아트하랑은 쇼플렉스 사업을 일으키기 위해 새마을금고 30곳으로부터 1000억 원의 브릿지론(사업 초기 토지 매입·인허가용 단기 차입금)을 대출 받았다. 아트하랑이 브릿지론에 대한 이자조차 수개월째 내지 못하자 부산도시공사가 나서 지난해 6월 토지 매매 계약을 취소하기 위한 환매권 행사에 나선 것이다.
쇼플렉스가 들어서기로 한 오시리아 문화예술타운 부지(면적 6만 7913㎡)는 현재 펜스만 설치돼 있다. 해당 부지는 부산도시공사의 가처분 신청이 인용돼 어떠한 처분 행위도 불가능하다. 지하 4층~지상 5층, 연면적 31만 6255㎡ 규모로 각종 공연장과 전시장, 박물관을 갖춘 복합시설이 들어설 예정이었다는 청사진만 덩그러니 남아있다.
조상진 의원은 “도시공사는 매매계약 해제나 환매권 실행 과정에서 향후 발생할 법적 다툼을 좀 더 면밀하게 검토했어야 한다”며 “상황이 이렇게 된 만큼 시민의 입장에서 오시리아 관광단지가 조속히 정상화될 수 있도록 재판 대응에 철저히 나서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조 의원은 또 “2019년 9월 해당 문화예술타운사업의 초기 협약대상자를 선정할 당시 부실한 사업자를 걸러내지 못한 점은 아쉽다”며 “앞으로 다른 개발사업을 진행할 때 유사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