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해운대구 반여·반송·석대 일원 191만 ㎡를 개발하는 센텀2지구 도시첨단산업단지 사업은 ‘부산형 판교 테크노밸리’라는 청사진을 갖고 있다. 센텀2지구는 2조 411억 원의 사업비를 투입해 스마트 선박, 로봇·지능형 기계, 정보통신(IT) 등 부산의 미래 먹거리를 책임질 제조업 혁신 공간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연구개발(R&D) 벤처 스타트업, R&D 센터, 혁신적인 주거 공간 등 부산의 도심에 산업·주거·문화가 집약된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성장 거점으로 기대를 한껏 모으고 있다. 전 세계의 창업 기업과 인재를 끌어들이는 이 사업은 부산 미래를 책임지는 상징적인 프로젝트이다.
하지만, 〈부산일보〉 보도에 따르면 센텀2지구 부지의 절반이 넘는 102만㎡를 차지하는 국가 방위산업체인 풍산 부산공장의 이전에 발목이 잡혀 사업이 답보 상태라고 한다. 박형준 부산시장과 풍산 측은 지난 2월 업무협약을 맺으면서 공장 이전 문제를 해결하는 듯했지만, 한 해가 다 가도록 후보지조차 확정 짓지 못하고 있다. 풍산은 이전 부지가 확정되더라도 설비와 인프라가 갖춰진 이후에야 이전이 가능하다는 입장이어서, 전체 이전에 몇 년이 더 소요될지 가늠하기 힘든 상황이다. 공장 이전이 지체돼 공사 완공이 늦어질수록 보상비 등 산단 조성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된다. 이는 결국 신규 사업이나 주거 복지 축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부산도시공사는 센텀2지구 조성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1조 4600억 원 규모의 공사채 발행을 앞두고 있는데, 풍산 문제로 사업이 지연되면 해마다 500억 원 안팎의 공사채 이자를 감당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풍산 부지 이전·보상 작업에만 전체 사업비의 약 40%(8300억 원)가 쓰일 정도로 비중이 커 이전 지체로 천문학적인 비용이 추가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셈이다. 게다가, 땅값과 공사비마저 급속도로 오르고 있어 조성 원가가 경기도 판교 수준까지 높아지면, 기업 유치 등 산단 성공 여부조차 불투명하게 된다.
센텀2지구 사업은 부산 경제를 한 단계 도약시키자는 지역 여론을 바탕으로 부산시와 풍산, 정치권이 합심해 진행한 사업이다. 사업 초기부터 국가보안시설과 그린벨트 해제, 도심융합특구 지정 등 온갖 장애물을 극복하고 지금 단계까지 이르렀다. 시는 디지털 산업 생태계 조성과 지역산업 체질 개선 및 일자리 창출 등 센텀2지구가 부산의 새로운 원동력이 될 수 있도록 풍산 이전 문제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풍산도 1981년부터 40여 년 동안 부산과 함께 성장해 온 만큼 ‘지역사회 발전과 공공기여를 위해 적극 노력한다’라는 양해각서 정신에 입각해 부산 시민의 여망에 화답해야 한다. 그게 국가 방위산업을 책임진 대기업, 지역 대표 기업의 바람직한 자세이다. 부산의 미래를 위해 모두가 합심해 풍산 부지 이전 문제를 빨리 매듭짓기를 거듭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