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주주 권리를 확대하는 내용으로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하는 상법 개정안에 대한 재계 반발이 커지는 분위기다. 재계는 국내 4대 그룹(삼성·SK·현대차·LG) 사장단 긴급 성명 등으로 개정안 통과를 저지하겠다는 방침인데,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직접 통과 의지를 밝힌 터라 야권과 재계의 갈등 양상이 깊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0일 재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전날(19일) 이사의 충실 의무를 기존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하고, 상장회사 이사 선임과정에 집중투표제를 도입하는 내용을 뼈대로 한 상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추진한다고 밝혔다. 법인 기업 감사위원 분리 선출 인원을 2명 이상으로 확대하는 조항도 포함됐다.
이와 관련 이재명 대표는 20일 서울 여의도에서 주식 투자자들을 만나 “이사가 실제 주주의 이익이 되도록 행동할 필요가 있다”며 “금융투자소득세 폐지와 함께 이번에 확실하게 (상법 개정을)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나 여당, 대통령도 예전에는 (상법 개정을)하자고 하더니, 실제 하려고 하니까 한 발 뒤로 빼더라”라며 “어렵긴 하지만 책임지고 통과시킬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의 상법 개정 당론 추진이 공식화하자 재계는 “주주들이 이사들에게 손해배상, 배임죄 등 소송을 남발, 경영에 심각한 타격이 예상된다”며 강력 저지 방침을 밝혔다. 당장 21일 오전 한국경제인협회(옛 전경련)과 4대 그룹 주도로 ‘긴급 성명’을 발표하는 등 상법 개정 저지를 위한 여론전의 강도를 높일 예정이다.
이달 14일 한경협, 대한상공회의소, 중소기업중앙회 등 경제 8개 단체가 반대 입장문을 발표한 바 있는데, 이번에는 4대 그룹은 물론 주요기업 사장단 15명이 참여하는 긴급성명을 통해 반발 강도를 높이겠다는 전략으로 비친다. 재계는 이사 충실의무 확대, 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 집중투표제 의무화 등에 대해 특히 크게 반대하고 있다.
한경협 유정주 팀장은 “또다시 재계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지배구조 규제가 나왔다”며 “법이 통과되면 기업의 투자와 신산업 진출이 어려워지고, 일상적 경영 판단도 지체돼 결국 기업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지형 기자 oasis@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