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신’ 라파엘 나달(스페인)이 20일(한국시간) 스페인 말라가에서 끝난 데이비스컵 경기를 끝으로 은퇴했다.
이로써 2000년대 초반부터 20년 넘게 남자 테니스 절대강자로 군림했던 ‘빅4’ 가운데 3명이 정든 코트와 작별했다.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스위스)가 2022년 은퇴했고, 올해 앤디 머리(영국)가 정들었던 코트를 떠났다. 영원할 것만 같았던 남자 테니스계의 영웅들 ‘빅4’의 시대가 저물고 있는 것이다. ‘빅4’ 가운데 현역으로 남은 선수는 노바크 조코비치(세르비아)가 유일하다.
1981년생 페더러는 40세를 넘어서까지 코트를 누볐고, 1986년생 나달과 1987년생 머리는 30대 후반에 라켓을 내려놨다. 조코비치는 머리와 동갑이다.
이 4명의 위세가 얼마나 대단했는지는 이들의 메이저 대회 우승 기록을 살펴보면 금방 알 수 있다.
페더러가 처음 메이저 정상에 오른 것은 2003년 윔블던대회다. 그 대회부터 지난해 US오픈까지 총 81차례 메이저 대회에서 이들 ‘빅4’가 우승한 사례가 69번이나 된다. 최근 20여 년 동안 남자 테니스계에서 이들을 뛰어넘을 자는 거의 없었다.
올들어서야 2001년생 얀니크 신네르(이탈리아)가 호주오픈과 US오픈, 2003년생 카를로스 알카라스(스페인)가 프랑스오픈과 윔블던을 양분하며 ‘세대교체’를 알렸다.
‘빅4’ 중 유일한 현역인 조코비치는 올해 파리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지만 메이저 대회에서는 우승하지 못했다. 메이저 대회 단식 우승은 조코비치가 24회로 가장 많고, 나달 22회, 페더러 20회 순이다.
나달은 클레이코트에서 경기가 열리는 프랑스오픈에서만 14번 우승해 ‘흙신’이라 불렸다. 그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단식에서도 금메달을 획득, 앤드리 애거시(미국)에 이어 통산 두 번째로 ‘커리어 골든 슬램’을 달성했다. 조코비치는 올해 파리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면서 나달 다음으로 ‘3호 커리어 골든 슬램’ 주인공이 됐다.
나달의 은퇴를 앞두고 현역 시절 라이벌이었던 페더러가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나달에게 바치는 글을 올려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이들의 맞대결 전적을 보면 나달이 24승 16패로 우위를 보였다. 메이저 대회 전적 10승 4패, 메이저 결승 역시 6승 3패 등 모두 나달이 앞섰다.
페더러는 “당신이 있어서 나도 테니스를 더 즐길 수 있었다”며 “당신이 있어서 스페인이 자랑스럽고, 테니스계 전체가 자랑스럽다”고 은퇴하는 나달을 치켜세웠다.
김진성 기자 paper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