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서 있게” “오직 탄핵” 맞서는 여야, ‘조기 대선 시기’ 수 싸움

입력 : 2024-12-10 17:25:09 수정 : 2024-12-10 18: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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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이재명 선거법 최종심 나오는 시간 염두에 둬야”
당 TF ‘내년 5월 또는 6월 대선’ 로드맵 초안 마련
일각선 윤 조기 퇴진과 ‘이재명 불출마’ 연계 주장도
민주, 이재명 판결 데드라인 5월 이전 대선 관철 총력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0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정성호 의원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0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정성호 의원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14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2차 탄핵소추안’ 표결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이 ‘오직 탄핵’을, 국민의힘이 ‘질서 있는 조기 퇴진’으로 맞서는 데에는 윤석열 대통령의 퇴진 방법에 따라 차기 대선 시기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이 시기는 곧 야권의 유력 대권주자인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와 직결돼 있다는 점에서 차기 대선의 향배를 결정한 최대 변수라고 할 수 있다. 여야의 수 싸움이 물밑에서 치열하게 전개되는 이유다.

국민의힘이 ‘질서 있는 퇴진’을 명분으로 내세우면서도 최소 5~6개월의 시간을 벌려고 하는 이유는 민주당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형량이 확정되는 이후 대선을 치르고 싶기 때문이다. 김상훈 정책위의장은 10일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의 ‘조기 퇴진 로드맵’과 관련, “(이 대표)2심, 3심이 각각 3개월, 3개월이면 아마 (대법원 최종심 결정은)내년 5월이 되는 것 같은데 그 시간을 우리도 염두에 두고 대응을 해 나가야 된다”며 “윤 대통령이 궐위되는 경우 바로 차기 대선으로 접어들기 때문에 그런 부분을 우리가 신중하게 판단해야 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라고 당 분위기를 전했다. 이 대표가 선거법 최종심 유죄로 대선에 나올 수 없는 상황을 기다리겠다는 의도를 숨기지 않은 것이다.

이 대표는 지난달 공직선거법 1심 재판에서 징역형 집행유예 선고를 받았다. 만약 2·3심에서도 벌금 100만 원 이상의 형이 확정된다면 이 대표는 의원직을 상실하고 5년 동안 피선거권이 제한된다. 지난 대선 비용으로 국고에서 보전받은 434억 원도 토해내야 한다. 민주당의 정권 탈환 계획에 초대형 악재인 셈이다.

국민의힘 정국 안정화 태스크포스(TF)가 마련 중인 윤 대통령 퇴진 시나리오 초안도 ‘3월 퇴진 후 5월 대선’ 또는 ‘4월 퇴진 후 6월 대선’ 두 가지다. 이 대표의 최종심 예상 시기에 엇비슷하게 걸린다. 친윤(친윤석열)계에서는 아예 2026년 6월 지방선거 때 대선을 같이 치르자는 ‘임기 단축 개헌’을 주장하기도 했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 최대한 오래 가져가면서 그 시간 동안 악화된 여론을 수습하는 동시에 시·도지사까지 대선 후보군을 늘려 승리 가능성을 높이자는 것이다. 그러나 윤 대통령에 대한 퇴진 여론이 워낙 들끓고 있는 상황에서 정치적 유불리 때문에 윤 대통령의 임기를 지속시키려는 데 대해서는 더 강한 역풍이 불 것이라는 당내 우려가 크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여당이 윤 대통령의 조기 퇴진을 적극 관철시키면서 이 대표의 ‘대선 불출마’와 연계하는 방안이 거론되기도 한다. 비상계엄 사태의 책임을 적극적으로 지는 모습을 보이면서 ‘범죄 피의자’인 이 대표 역시 혐의를 벗기까지 대선에 나서는 것은 안 된다는 논리로 맞서자는 것이다. 그러나 여론 지형상 여권이 절대적으로 불리한 상황에서 이런 연계론이 효과를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민주당이 탄핵을 서두르는 것 역시 국민적 요구를 반영한다는 명분과 함께 이런 일정 계산 또한 염두에 두고 있을 것으로 정치권은 보고 있다. 탄핵안이 이달 중 가결된다면, 이 대표의 3심 이전에 차기 대선이 치러질 가능성이 커진다는 계산이다.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안 심사는 최장 180일이지만, 국민의 탄핵 요구가 워낙 거센 만큼 헌법재판소 역시 심리를 서두를 가능성이 높다. 박근혜 대통령의 경우 2016년 12월 9일에 국회 본회의에서 탄핵안이 가결돼 이듬해 3월 10일에 헌재가 파면을 선고했다. 100일이 채 걸리지 않았다. 헌재에서 만약 인용 결정이 나면 60일 뒤에 대선이 치러진다. 이 경우, 헌재 구성이 변수라는 지적도 나온다. 대통령 탄핵은 재판관 7인 이상의 출석으로 사건을 심리해 헌법재판관 3분의 2 이상인 6명의 동의가 필요하다. 현행 헌법재판소 ‘6인 체제’하에서는 한 명이라도 탄핵에 반대하면 인용될 수 없는 구조다. 이에 민주당은 최근 들어 공석인 헌법재판관 임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민주당은 또 윤 대통령의 구속 시 여당이 헌법 제71조의 ‘사고’로 해석해 직무를 배제하고 권한대행 체제로 갈 가능성에 대해서도 경계심을 표출하고 있다. 이 경우, 대통령의 직무가 사실상 정지되면서 탄핵의 명분이 희석되고, 직무대행 체제가 오래 지속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민주당 이 대표는 전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일각에서 대통령이 구속되면 단체장들처럼 직무 정지가 자동으로 되기 때문에 탄핵 말고도 직무 정지 방법이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고 질문했고, 대검찰창 강력부장을 지낸 주철현 최고위원은 “대통령과 관련해서는 별도 규정이 없어서 현실적으로 옥중 집무를 막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속이 ‘사고’가 아니라는 점을 못 박으려는 의도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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