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초유 감액 예산안 국회 통과…정부안에서 4.1조 감액

입력 : 2024-12-10 17:22:56 수정 : 2024-12-10 17:2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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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등 야당 주도로 감액 예산안 국회 본회의 처리
민주당 “민생 증액 필요하다면 추후 추경으로 해결” 주장해

10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2025년도 예산안에 대한 수정안이 통과되고 있다. 연합뉴스 10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2025년도 예산안에 대한 수정안이 통과되고 있다. 연합뉴스

사상 초유의 ‘감액 예산안’이 1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정부 동의’가 필요한 국회 예산 증액을 포기하고 예비비, 검찰 특수활동비 등을 삭감한 감액 예산안 처리를 선택했다. 민주당은 “민생 예산 증익이 필요하다면 추경(추가경정예산안)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이럴 거면 예산 심사는 왜 하느냐”고 반발했다.

이날 본회의에서 2025년도 예산안 수정안은 재석 278인 중 찬성 183인, 반대 94인, 기권 1인으로 가결됐다. 이날 처리된 수정안은 총지출 규모가 673조 3000억 원 규모로 정부안의 총지출 677조 4000억 원에서 4조 1000억 원이 감액됐다. 예비비가 2조 4000억 원 감액됐고 국고채 이자상환액도 5000억 원 감액됐다. 검찰의 특정업무경비 507억 원과 특수활동비 80억 원도 삭감됐다.

감액 예산안 처리를 앞두고 국민의힘은 3조 4000억 원 증액안을 마지막 협상안으로 제시했으나 민주당은 이를 거부했다. 국민의힘이 재안한 증액안은 재해대책 등 예비비 1조 5000억 원, 민생침해 수사관련 경비 500억 원, ‘대왕고래 유전개발’ 예산 500억 원 등 총 1조 6000억 원을 복원하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민주당은 경제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겠다며 감액예산 처리를 강행했다. 이와 관련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이날 “신속한 예산안 처리가 현재의 불안과 위기를 해소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민생과 경제 회복을 위해 증액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추후 추경 등의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본회의에서는 사상 초유의 감액 예산 처리를 놓고 여야의 공방전이 이어졌다. 민주당 허영 의원은 “이번에 삭감한 예산은 전체의 0.6%에 불과하다”면서 “이 때문에 국정운영이 어려워진다면 정부의 자질을 의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허 의원은 “민주당은 민생 예산을 깎지 않았다”면서 “집행률이 부진한 사업, 수혜 대상이 과하계 추계된 사업만 감액했다”고 말했다. 반면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야당이 재정의 경기대응(역할)을 강조했는데 왜 예산을 깎느냐”면서 “이럴 거면 예산 심사를 왜 하느냐. 국회를 왜 운영하느냐”고 비판했다.

이날 국회에서 감액예산안이 처리되면서 부산의 지역 현안 국비 확보는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낙동강 유역 안전한 먹는 물 공급체계 구축(취수원 다변화)’ ‘첨단재생의료 연구기지 플랫폼 구축’ ‘사직야구장 재건축’ 등 정부안에 예산이 반영되지 않은 사업의 내년 국비 확보가 어려워졌다. 다만 국회 예산심사 과정에서 ‘가덕신공항 건설’ ‘공동어시장 현대화’ 등 핵심 사업 예산이 삭감을 피하고 정부 원안을 유지한 것은 성과로 평가된다.

한편 이날 본회의에서는 금융투자소득세를 폐지하고 가상자산 과세를 2년 미루는 내용의 소득세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개정안은 5000만 원이 넘는 주식·채권·펀드·파생상품 등 금융투자소득에 매기는 금투세를 폐지하고, 가상자산 소득 과세 시행일을 2025년 1월 1일에서 2027년 1월 1일로 2년 유예하는 내용이 골자다.

또 기업이 근로자나 그 배우자의 출산 때 자녀가 태어난 이후 2년 이내 최대 두 차례에 걸쳐 지급하는 급여에 전액 과세하지 않도록 하는 기업의 출산지원금 근로소득 비과세 규정도 통과됐다. 자녀세액공제 금액도 확대됐다. 양육비 부담 완화를 위해 8세 이상 자녀 및 손자녀에 대한 연간 세액공제 금액이 자녀 1명당 10만 원씩 확대된다.

반면 여야가 이견을 보인 상속세·증여세법 개정안은 재석 281명 중 찬성 98명, 반대 180명, 기권 3명으로 부결됐다. 정부가 제출한 개정안은 현행 50% 최고세율이 적용되는 30억 원 초과 과표구간을 삭제하고, 과세표준 10억 원 초과 구간에 40% 세율을 적용한다. 최고세율을 50%에서 40%로 낮추는 것이다. 또 10%의 최저세율이 적용되는 과표구간을 1억 원 이하에서 2억 원 이하로 확대하는 내용이 담겼다.

자녀 공제는 현행 1인당 5000만 원에서 5억 원으로 상향한다. 상속·증여재산을 평가할 때 최대주주나 최대 출자자 등의 주식 또는 출자지분을 평가한 가액에서 20%를 할증하던 것을 폐지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가업상속공제의 경우 주주환원 및 투자 등 우수기업 요건에 해당하면 가업상속공제 대상에 매출액 5000억 원 이상 중견기업을 포함하고, 피상속인의 가업 영위기간에 따른 공제한도를 각각 두배로 상향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여당은 물가·자산가격 상승 등에 맞춰 오래된 상속세제를 개편하자고 찬성 투표했지만, 야당은 상속세 최고세율 인하와 가업 상속 공제 확대 등을 ‘초부자 감세’로 규정하고 반대 투표했다.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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