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사태가 한반도 근접 국가인 일본, 중국과의 외교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모습이다. 일본 정부는 한국에서 탄핵 정국이 지속되면서 외교 방향에 대한 고민에 돌입했으며 중국과 관련해서는 주중대사 교체 일정이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요미우리신문은 10일 일본 정부는 윤석열 정부와 진행된 한일 관계 개선 흐름을 유지하는 것이 기본 방침이지만 윤 대통령의 대일 외교에 대한 비판이 한국 내에서 커지면서 한일 외교 향방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요미우리는 “윤 대통령이 10, 11월 한일 정상회담에서 내년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맞아 정상이 상대국을 서로 방문하는 셔틀 외교를 계속할 것을 확인했으나 윤 대통령의 일본 방문이 곤란해졌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이 내란과 직권남용 등 혐의로 출국 금지되면서 한일 간 정상 외교도 당분간 중단되게 된 것이다.
내년 1월 이시바 시게루 총리의 방한도 어려울 전망이다. 요미우리에 따르면, 일본 정부 고위 관계자는 내년 1월 이시바 총리의 방한 계획에 관해 “실현 가능성이 거의 없어졌다”고 말했다.
아울러 더불어민주당 등 한국 야당의 탄핵소추안에 ‘일본 중심의 외교정책’이 탄핵소추 이유 가운데 하나로 명기되면서 일본 정부 내에서는 “한국 내 대립에 휘말릴 우려가 있어 당분간 움직일 수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고 요미우리는 전했다.
다른 일본 주요 언론들도 한일 관계에 대한 우려를 전했다. 아사히신문은 이날 사설에서 “대일 중시를 내세워 한일 관계 개선에 윤 대통령이 한 역할은 부정할 수 없다”면서도 “정상 간 개인적 관계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위험성도 부각됐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정치 위기를 극복하고 한일 관계를 지속해 발전해 나갈 주체적인 외교가 일본 측에도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혼란은 대중 외교에서도 벌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비상계엄 선포·해제에 이은 한국의 탄핵 정국으로 인해 주중대사 교체 일정이 연기되면서다.
이날 외교가에 따르면 주중대사관은 이날 오후로 예정됐던 정재호 현 대사의 이임식 행사를 지난 4일 취소했다. 정 대사는 지난 10월 김대기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새 주중대사에 내정되자 임기 마무리를 준비해왔고, 당초 이달 중 중국을 떠난 뒤 서울대 교수직으로 복귀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임명권자인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 사태 후폭풍으로 지난 7일 사실상 2선 후퇴를 하겠다고 밝히면서 정 대사의 이임·귀국 일정 등에 변수가 생겼다. 귀국 명령을 해야 할 윤 대통령이 실제 권한 행사를 할 수 있는지 논란이 있기 때문이다.
이 문제는 후임 주중대사로 내정돼 정식 부임을 눈앞에 뒀던 김대기 전 실장의 중국행에까지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김 전 실장은 이미 중국 정부로부터 아그레망(외교사절에 대한 사전 동의)을 받았고, 한국의 탄핵 정국이 아니었다면 이달 말께 부임할 예정이었다. 한중 관계가 회복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윤석열 정부 두 번째 주중대사로 내정된 김 전 실장은 윤 대통령의 측근이자 중량급 인사로 관심을 모았다.
이와 관련,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전날 정례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가 한국의 정치적 미래를 불투명하게 했는데, 한국의 불안이 한중 관계에 어떤 영향을 주는가’라는 질문에 “한국에서 발생한 일은 한국의 내정으로 논평하지 않겠다”며 “중한 관계에 대한 중국의 입장은 일관된다”고 답했다.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