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12·3 비상계엄 사태’의 기획자로 지목된 노상원(사진·육사 41기) 전 정보사령관의 수첩에 ‘NLL(북방한계선)에서 북의 공격을 유도’라는 표현이 적시된 점을 확인했다고 23일 밝혔다. 실제로 계엄 세력이 북한의 도발을 유도한 일이 확인된다면 내란죄를 넘어 외부로부터 국가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는 ‘외환죄’까지 적용할 수 있어 파장이 예상된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은 이날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노 전 사령관의 수첩에) ‘NLL에서의 북의 공격을 유도’라는 표현이 있었다”고 밝혔다. NLL은 북한과의 제1·2차 연평해전이 일어난 곳이다. 그동안 계엄 세력이 북한과의 군사 충돌을 일으켜 계엄을 선포하려 했다는 의혹은 제기돼 왔으나, 이를 입증할 수 있는 증거가 나온 것은 처음이다.
경찰은 또 “수첩에는 국회 봉쇄, 정치인, 언론인, 종교인, 노조, 판사, 공무원 등을 수거 대상으로 표현하며 수용 및 처리 방법에 대해 언급돼 있었다”며 “(수거는) 체포라는 의미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경찰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의 수첩은 손바닥 크기의 60~70페이지 분량으로, 계엄 관련 내용이 다수 적혀 있었다. 다만 경찰은 “단편적 단어 조각으로 의미나 맥락이 잘못 해석될 우려가 있다”고 전제했다.
실제 계엄 세력이 북한 도발을 유도한 사실 확인된다면 현재 수사기관의 내란죄 수사는 외환죄 등으로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은 평양 무인기 침투와 오물 풍선 원점 타격 지시 등으로 국지전을 도모하려 했다며 윤석열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외환죄 중 일반이적죄로 고발했고, 외환 유치 의혹을 담당하는 별도 팀도 만들기로 했다.
형법 99조 외환 일반이적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군사상 이익을 해하거나 적국에 군사상 이익을 공여한 자는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고 명시돼 있다.
헌법 84조는 대통령은 내란죄와 외환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소추를 받지 않는다고 정하고 있다. 그만큼 외환죄는 형사법상 심각할 범죄일뿐더러 대통령이 실제로 지시하거나 기획한 것이 확인된다면 파장이 클 수밖에 없는 사안이다.
경찰 특수단은 지난 15일 노 전 사령관을 긴급체포하는 과정에서 이 수첩을 확보했다. 정보사령관을 지낸 노 전 사령관은 전역 후 점집에 거주하며 무속인으로 활동했는데 해당 점집에서 이 수첩이 나왔다.
수첩에는 계엄에 대비한 60여 명 규모, 3개 부로 나뉜 정보사 ‘수사2단’ 계획이 담겨 있었다. 경찰은 이 조직이 정상적인 계엄사 합동수사본부와 별개로 노 전 사령관이 직접 조직을 운영하려 했던 정황으로 파악한다. 특수단 관계자는 “수사2단과 관련한 인사 관련 일반 문건도 확보했다”며 “준비에 필요한 행정 사항도 포함돼 있었다”고 말했다. 해당 문건은 김 전 장관이 봉투에서 꺼내서 노 전 사령관에게 전달한 것으로, 경찰이 국방부에서 확보했다. 경찰은 김 전 장관과의 통화 내역을 분석하다 노 전 사령관을 특정해 체포했다. 구속 상태인 노 전 사령관은 경찰에서 거의 진술을 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