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을 대표하는 해넘이 행사로 20년 넘게 자리매김한 중구 용두산공원 타종식 행사 대신 광안리해수욕장 드론 공연을 찾는 시민들이 많아지고 있다. 탁 트인 해수욕장에서 펼쳐지는 대규모 퍼포먼스인 데다 참가자들이 주변 상권을 즐길 수 있다는 장점 등이 인기 원인으로 꼽힌다.
26일 부산시·부산교통공사 등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31일 중구 남포동 용두산공원에 열린 ‘시민의 종 타종식’에는 시민 7000여 명이 모였다. 반면 같은 날 수영구 광안리해수욕장 ‘카운트다운 드론 공연’에는 8만 2000여 명이 찾은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도 비슷한 수준의 인파가 모일 것으로 전망된다.
타종식은 1999년, 드론 공연은 2022년 12월 처음 시행됐다. 타종식은 여전히 부산을 대표하는 해넘이 행사로 자리 잡고 있지만, 시민들은 첨단 기술과 화려한 퍼포먼스가 어우러진 새로운 행사에 더 몰리고 있는 셈이다.
규모 역시 드론 공연이 타종식을 압도한다. 안전 요원 배치 규모가 대표적 지표다. 부산교통공사는 오는 31일 드론 공연에 대비해 관련 도시철도 역사에 안전 요원을 대거 배치한다. 광안리해수욕장과 연결된 도시철도 2호선 수영·광안·금련산역 등에 안전 요원 69명을 배치한다. 반면 타종식이 열리는 용두산공원과 연결된 도시철도 1호선 남포역에는 안전 요원 2명을 배치하는 것이 전부다.
드론 공연의 인기 비결에는 광안리 일대가 갖고 있는 지역적 이점이 꼽힌다. 공연이 탁 트인 해수욕장에서 열려 한해를 보내는 기분을 더 느낄 수 있고, 상권이 발달돼 식당이나 술집 등에서 공연을 더 여유롭게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강 모(30·연제구) 씨는 “둘 중 하나를 고른다면 드론 공연을 선택하겠다”며 “해수욕장 특유의 탁 트인 느낌이 더 좋다”고 말했다. 김주원(33·금정구) 씨는 “광안리 주변에서 친구들과 밥을 먹다 드론 공연을 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반면 김 모(63·해운대구) 씨는 “맑은 타종 소리를 들으면서 한 해를 마무리하고 싶다”며 “드론 공연은 너무 북적거려서 피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부산시는 타종식 행사는 입장 인원을 제한해 관람객 수가 적다고 설명했다. 실제 이태원 참사 이후 타종식 행사에는 7000명 정도로 정원을 제한하고 있다.
타종식의 경우 상징성도 크다. 1996년 10만 명이 넘는 시민이 12억 원의 기부금을 모아 종각과 종을 만들었다. 시민 염원이 집약됐다는 역사, 상징 등이 있기에 역대 부산시장들이 매년 이곳을 찾는다. 올해 타종식에도 박형준 부산시장과 안성민 부산시의회 의장 등 주요 기관장이 참석할 예정이다. 부산시 관광정책과 관계자는 “타종식은 일반적인 축제 성격과 더불어 의식을 치른다는 성격도 있다”며 “시민 염원을 모은 시민의 종을 울린다는 특별한 의미가 있기에 역대 시장이 참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