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을 심리하는 헌법재판소가 사건 쟁점에서 형법상 내란죄를 제외하고 주 2회 정도로 변론기일을 진행하기로 하는 등 재판에 속도를 낸다. 국회 측과 윤 대통령이 헌법 재판에서 다툴 사건의 쟁점을 정리하고 일정을 미리 확정해 신속하게 심리를 진행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헌재는 오는 14일 첫 번째 정식변론기일을 연다. 뒤이어 오는 16일, 21일, 23일, 다음 달 4일까지 모두 다섯 차례 변론기일을 열겠다고 통보했다. 헌재는 오는 16일을 2차 변론기일을 지정하면서 윤 대통령이 불출석할 경우를 고려해서 정했다고 설명했다. 헌재법상 변론기일에는 당사자의 출석 의무가 있다. 당사자가 나오지 않으면 다시 기일을 정해야 한다.
윤 대통령은 탄핵심판 변론에 직접 출석할 뜻을 내비쳤으나 실제 출석 여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도 변론 절차에 직접 출석하진 않았다.
헌재의 이 같은 결정은 윤 대통령이 불참하더라도 오는 16일부터는 본격적인 변론 절차를 밟겠다는 의미다. 또 윤 대통령 측이 재판 준비가 미흡한 만큼 변론준비기일을 더 진행해야 한다고 요청했으나 헌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헌재가 미리 정한 일정을 최대한 빠르게 진행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헌재가 밝힌 대로 1월 말 설 연휴를 제외하고 주 2회꼴로 변론기일을 진행할 경우 2월 말까지 12차례 공개 변론을 진행할 수 있다. 노 전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은 7차 변론, 박 전 대통령의 경우 17차 변론을 마지막으로 헌재가 최종 결정을 내렸다.
윤 대통령의 경우 박 전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처럼 17차 변론까지 진행되더라도 3월 중순이면 변론 절차를 마무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법조계에선 윤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이 박 전 대통령 사건보다 관련자가 적고 쟁점이 덜하다고 보고 있는데, 보다 이른 시기에 변론 절차가 종료될 가능성이 높다.
국회가 탄핵 소추 사유로 제시한 형법상 내란죄를 철회하겠다고 하자 헌재가 이를 받아준 점도 신속 재판 의지를 엿볼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회 측은 “헌법 재판이 형법 재판으로 변질될 우려가 있다”며 1차 변론준비기일에서 재판부에 헌법 위반을 재판 쟁점으로 삼겠다고 제안한 바 있다.
정형식 재판관은 2차 변론준비기일에서 “계엄 관련 위반 행위가 형법상 범죄에 해당한다는 주장은 철회한다는 것이냐”고 물었고, 국회 측은 “형법을 위반한 사실관계와 헌법을 위반한 사실관계가 사실상 동일하다”며 철회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헌재에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이 접수된 이후 형법상 내란죄를 쟁점으로 다툴 경우 심리 기간이 길어질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윤 대통령이 무더기 사실 조회와 증인 채택을 요구할 것이란 이유에서다. 헌재 입장에서도 재판 과정에서 내란죄 성립에 관한 사실관계보다 비상계엄 선포 행위가 헌법에 위배되는지 여부를 집중 심리하게 돼 부담을 덜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 측은 “이 사건은 내란죄가 본질적이고도 가장 중요한 요소”라며 “형법상 내란죄가 성립이 안 되는 것이라면 탄핵소추가 잘못된 것이다”고 반발했다.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