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지난달 29일 발생한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참사기가 사고 당시 조류 충돌(버드 스트라이크)을 겪었다고 밝혔다. 앞서 관제사의 경고와 생존 승무원의 증언 등을 토대로 사고의 최초 원인으로 지목된 조류 충돌 발생 사실을 정부가 처음으로 공식 확인한 것이다.
7일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이승열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항철위) 사고조사단장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버드 스트라이크가 발생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단장은 "한쪽 엔진은 (조류 충돌로) 확실하게 보이는데, 양쪽 엔진에서 같이 일어났는지, 다른 엔진에서 덜 심하게 일어났는지는 (조사 결과를) 봐야 한다"면서 "다만 (조류 충돌이) 심하게 일어났다고 해서 엔진이 바로 꺼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 단장은 조류 충돌의 근거로 "엔진에 들어간 흙을 파내는 과정에서 깃털 일부를 발견했다"며 "(새가) 어떤 종이고 어떻게 (엔진에) 들어갔는지는 엔진 내부를 검사하면서 조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깃털의 경우 국내 전문가뿐 아니라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와 분석 작업을 거칠 계획이다.
이날 사고기 엔진 2개를 보관한 무안공항 격납고에는 항철위의 의뢰에 따라 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 소속 조류 전문가 3명이 방문해 엔진 내의 흙과 깃털 등 시료를 채취했다. 항철위는 시료 분석을 토대로 엔진과 부딪힌 새의 종류와 수 등을 확인해 조류 충돌이 엔진 고장으로 이어진 경위를 밝힐 예정이다. 또 조류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무안공항 인근에 서식하는 철새의 종류와 이동 패턴 등을 분석해 사고 당시의 상황을 재구성할 계획이다.
이 단장은 전날 미국 워싱턴의 NTSB에 이송한 블랙박스 중 비행자료기록장치(FDR) 분석 작업의 경우 "자료 인출은 3일, 기본 데이터 확인은 하루 이틀 정도 걸린다. 하지만 음성기록장치(CVR), CCTV와 시간을 맞춰 분석하는 데까진 몇 개월 정도 걸릴 수 있다"고 했다.
성규환 부산닷컴 기자 bastio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