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했던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대통령경호처가 사실상 ‘조용한 협조’를 하면서 윤석열 대통령 2차 체포영장 집행이 무리 없이 진행됐다.
15일 오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경찰 수사관들은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진입에 어려움을 겪지 않았다. 1차 체포영장 집행 때는 경호처가 차 벽을 세우고 요원들이 인간 띠를 이뤄 공수처 수사관들의 진입을 막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수사관들은 경호처가 버스 차 벽으로 만들어 둔 1·2·3차 저지선을 사실상 큰 저항 없이 통과했다. 경호처 요원들이 1차 집행 때와 달리 현장에서 실력 행사에 나서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신 요원 대부분은 관저 내 대기동에 있거나 휴가를 내는 방식으로 공수처와 경찰의 수사에 간접적으로 협조했다.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 현장에는 공수처와 실무 협의를 담당한 소수의 경호처 소속 인력만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호처 김성훈 차장, 이광우 경호본부장 같은 경호처 내 강경파 수뇌부와 달리 일반 요원들은 2차 영장 집행에 저항할 의지가 없었다. 경호처 일선 요원들은 무력을 사용해서라도 영장 집행을 막아야 한다는 수뇌부 의견에 동조하지 않고 각자의 방식으로 체포영장 집행에 협조했다.
일각에서는 경찰의 ‘심리전’이 어느 정도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한다. 경찰 특별수사단은 경호처 내에서 비교적 온건파로 분류되는 경호처 박종준 전 처장, 이진하 경비안전본부장에 대해 피의자 조사를 하면서, 경호처 내에 강경한 의견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경찰 수사단은 체포영장 집행에 협조하지 않을 경우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체포하겠지만, 협조하는 직원에 대해서는 선처하겠다는 계획을 전파했다. 공수처 역시 관저에 진입하면서 ‘영장 집행 업무를 수행하는 공무원들을 방해할 경우 현행범으로 체포할 수 있다’는 입간판을 세워 경호처 요원을 향해 엄중히 경고했다. 일종의 ‘당근과 채찍’을 통해 경호처 요원을 간접적으로 설득하는 데 성공한 셈이다.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