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23일 ‘서울서부지법 폭동 사태’와 관련해 열린 국회 긴급 현안질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체포, 이번 법원 난동 사태까지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을 둘러싼 책임론을 두고 공방을 벌였다. 국민의힘은 야당이 국회에서 보인 입법 폭주 등이 이번 사태와 무관하지 않다고 주장했고, 더불어민주당은 여당을 향해 “내란 동조 정당”이라고 맞받았다.
국민의힘 송석준 의원은 “이번 사태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중앙정치인의 한 사람으로서 이 참담함에 나부터 반성하겠다”며 사과했지만, 곧바로 “그동안 국회에서 거대 야권의 얼마나 많은 발목잡기가 있었나. 연말에는 사상 초유의 예산 농단까지 있었다”며 법원 난동 사태에 대한 야당 책임론을 제기했다. 이에 야당 의원들은 ‘국민을 기만하느냐’고 고성으로 항의했다. 같은 당 이만희 의원은 “이재명의 민주당은 마치 점령군이라도 된 것처럼, 이미 정권을 다 잡은 것처럼 행세하고 있다”며 “탄핵을 반대하면 내란 선전·선동이라며 국민을 겁박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오기형 의원은 “이미 내란에 따른 대통령 탄핵 심판이 이뤄지는 상황에서 사법부를 공격하면 ‘2차 내란’이라고 국민들이 불안해한다”며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전면에 나서서 이 문제를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 표명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당 민형배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내란 수괴를 옹호하고 심지어는 구출해내려고 하고, 체포영장 집행을 막는 행위는 반체제 활동”이라며 “내란 정당 해산은 너무나 자연스럽고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경찰 등 관계기관들이 이번 사태를 ‘국민 저항권 행사’라고 주장하는 일부 시각을 강하게 반박했다. 이호영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이날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현안질의에 출석, “(서부지법 폭동 사태가)우발적 폭동이냐”는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폭동이라는데 동의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 청장 직무대행은 “(폭동이)우발적인지 계획적인지는 수사해 봐야 한다”며 “철저하게 수사 중”이라고 덧붙였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오 의원에게 ‘(서부지법 폭동 사태에) 가담자들이 저항권을 행사한 것인가’라는 취지의 질문을 받자 “결코 저항권의 표출이라고 보기 힘들다”면서 “저항권은 국가의 반헌법적, 반법률적인 권력 행사에 대해서 헌정질서를 회복시키고 법치주의를 회복시킴으로써 국민의 기본권을 수호하려는 국민들의 정당한 움직임”이라고 부연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헌법재판소의 수사와 탄핵심판 공정성 문제를 둘러싼 논쟁도 이어졌다. 국민의힘 송석준 의원은 오동운 공수처장에게 “현직 대통령에 대해 무리하게 3000명이라는 경찰 병력을 투입해 마치 악질 흉악범 체포하듯 무리하게 검거한 게 정상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오 처장은 “내란 우두머리 사건의 피의자를 체포영장에 의해 체포함에 있어서 적법절차에 따라 진행했고 아무런 유혈 사태 없이 정당하게 집행됐다”면서 “적법절차의 원칙에 있어 한 치의 어긋남 없이 체포영장을 집행했다. 전혀 문제없다”고 반박했다.
같은 당 조배숙 의원은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과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의 ‘친분’ 문제를 거듭 지적했다. 조 의원은 “어제 문 대행이 이 대표 조문 간 적 없다고 해명했지만 정작 친분에 대한 말은 없다”며 “대통령 탄핵심판이라는 중대한 역할을 앞두고 이런 공정성 논란이 제기되는 것은 더 심각한 문제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에 헌재 김정원 사무처장은 “문 권한대행은 공정성을 의심받을 만한 어떤 언동도 한 적이 없다”면서 ‘헌법재판관들이 개인적인 친분이 있으면 판결에서 봐주나’라는 질의에 대해 “국민 모든 분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재판이 이루어지고 있다”며 “그런 일은 없다고 보셔도 된다”고 거듭 밝혔다.
민주당 복기왕 의원은 여당 의원들의 이런 지적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지 사법부의 권위를 떨어뜨리려 하고, 윤 대통령 탄핵이 인용될 가능성이 매우 크니 미리 ‘불복하라’는 메시지를 지지자들에게 보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