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구 잘못 열면 엔진에 빨려 들어가" 승무원들의 성토

입력 : 2025-01-30 08:39:16 수정 : 2025-01-30 11:38:39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 프린트

29일 부산 강서구 김해국제공항에서 박형준 부산시장을 비롯해 소방당국, 공항 유관기관 관계자들이 에어부산 여객기 화재 현장을 보고 있다. 지난 28일 오후 10시 15분께 김해공항 주기장에서 이륙을 준비하던 홍콩행 에어부산 항공기에서 불이 나 승객과 승무원 등 176명이 비상 탈출했다. 연합뉴스 29일 부산 강서구 김해국제공항에서 박형준 부산시장을 비롯해 소방당국, 공항 유관기관 관계자들이 에어부산 여객기 화재 현장을 보고 있다. 지난 28일 오후 10시 15분께 김해공항 주기장에서 이륙을 준비하던 홍콩행 에어부산 항공기에서 불이 나 승객과 승무원 등 176명이 비상 탈출했다. 연합뉴스

설 연휴 김해공항 주기장에서 발생한 여객기 화재 때 별도의 안내방송이 없었다는 일부 탑승객의 증언이 나오자 에어부산이 '기내 비상탈출 경위'라는 자료를 내 적극 해명했다. 또 여러 항공사에 다니는 승무원들은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글을 올려 탑승객들이 임의로 비상구 문을 여는 것은 더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며 승무원의 지시에 반드시 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28일 밤 김해공항에서 승객과 승무원 176명을 태우고 이륙을 준비하던 홍콩행 에어부산 항공기 BX391편 꼬리 쪽 내부에서 불이 났다. 기체는 반소됐지만 다행히 불길이 덮치기 전 탑승자 전원이 비상용 슬라이드로 탈출해 큰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에어부산은 해당 화재사고와 관련해 다음날 참고 자료를 내고 기내 화재 발생 경위와 조치 사항에 대해 설명했다. 에어부산에 따르면 캐빈승무원은 화재를 확인한 즉시 기장에게 상황을 보고했고, 기장은 2차 피해가 없도록 유압 연료 계통을 즉시 차단하고 비상탈출을 선포해 신속하게 전원 대피 완료했다.

화재 안내 방송이 없었다는 점에 대해선, "별도의 안내 방송을 시행할 시간적 여력없이 동시다발적으로 긴박하게 이루어진 상황으로, 짧은 시간 내에 관련 절차에 의거해 신속하게 조치해 탈출업무를 수행했다"고 설명했다.

또 일부 승객이 직접 비상구를 열어서 탈출했다는 증언과 관련해서는 "비상구열 착석 손님은 탑승 직후 승무원에게 비상탈출 시 비상구 개폐 방법에 대해 안내 받고 승무원을 도와주는 협조자 역할에 동의해야만 착석 가능하며, 비상탈출 시 승객이 직접 비상구 조작 및 탈출이 가능하다"면서 당시 매뉴얼에 따랐다고 밝혔다.


29일 부산 강서구 김해국제공항에서 박형준 부산시장을 비롯해 소방당국, 공항 유관기관 관계자들이 에어부산 여객기 화재 현장을 보고 있다. 지난 28일 오후 10시 15분께 김해공항 주기장에서 이륙을 준비하던 홍콩행 에어부산 항공기에서 불이 나 승객과 승무원 등 176명이 비상 탈출했다. 연합뉴스 29일 부산 강서구 김해국제공항에서 박형준 부산시장을 비롯해 소방당국, 공항 유관기관 관계자들이 에어부산 여객기 화재 현장을 보고 있다. 지난 28일 오후 10시 15분께 김해공항 주기장에서 이륙을 준비하던 홍콩행 에어부산 항공기에서 불이 나 승객과 승무원 등 176명이 비상 탈출했다. 연합뉴스

사고기 승무원들의 대피 안내 절차가 적절했는지에 대해 항공업계 종사자들은 "비록 승무원의 대처에 일부 미흡함이 있었더라도, 비상 상황에서 승객들이 임의로 탈출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고 입을 모았다.

에어부산 화재 사고 직후 회사 이메일을 인증해야 글을 쓸 수 있는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비상시 탑승객들은 반드시 승무원의 지시에 따라야 한다는 글들이 여럿 올라왔다.

A 항공사 직원은 "속상한 마음에 댓글 단다"며 "승무원의 임무 1순위는 비상탈출과 탈출 대비 업무다. 비상 상황 발생 시 내·외부의 상황을 판단하고 탈출시켜야 한다. 만약 외부에서 난 불이라면, 엔진이 작동하고 있어 빨려 들어갈 위험이 있다면 어떡할 거냐. 애초에 승무원은 모든 승객을 대피시킨 후 마지막에 내릴 수 있다. 자기 목숨 걸고 뭉그적거렸을 리 없다"라고 강조했다.

B 항공사에 다니고 있다는 또 다른 직장인도 "외부 상황이 어떤지 모르고 승객이 임의로 (비상구를)열었다가 슬라이드가 찢어지거나, 공기가 유입돼 화재가 더 커지는 등의 상황을 알 수 없다"며 "안전요원인 승무원 지시에 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C 항공사 직원은 "만약 엔진 정지가 안됐는데 문을 열고 탈출하면 앞쪽은 인테이크(공기 흡입구)에 먹히고, 뒤쪽은 후류로 날아갈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D 항공사 직원은 "항공기 승무원은 제일 마지막에 나가는 것이 매뉴얼이고 당연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제발 승무원의 지시에 따라달라"며 "승객 입장에서는 답답할 수 있겠지만, 다 내 목숨 걸고 승객들 살리기 위해 매뉴얼에 기반해서 움직이고 있는 것"이라고 호소했다.

박정미 부산닷컴기자 likepea@busan.com

당신을 위한 뉴스레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