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호 부동산학 박사인 강정규 교수는 지난해 동아대 부동산학과에 새로운 둥지를 틀었다. 동아대가 부동산 전문가 양성에 본격적으로 나서면서 지역 부동산·개발 업계에 ‘대부’로 정평이 난 강 교수를 임용한 것이다.
강 교수를 앞세워 동아대는 부동산대학원을 개설했고, 강 교수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교육과정 준비에 몰두했다. 부동산 분야 전문 교육에 대한 지역의 수요가 커지고 있는 데다, 이론과 실무를 겸비하는 교육 시스템을 제대로 구축해 보고 싶다는 강 교수의 의지가 맞아떨어진 셈이다.
동아대 부동산대학원 제1기 신입생 모집은 △부동산학 석사 과정 △정비사업리더 역량강화 최고과정 △동아대 일반대학원 부동산학박사과정 신입생 모집 등으로 나눠진다. 부동산학 석사 과정은 부동산 투자, 개발건설, 자산관리 등으로 전공이 세분화되며 50명을 모집해 2년간 석사 학위를 취득하는 프로그램이다.
특히 정비사업리더 역량강화 최고과정이 눈에 띈다. 50명 내외를 모집하는데 지원자격은 우선 재개발·재건축 사업을 추진하는 조합장이나 추진위원장 등이다. 변호사와 감정평가사, 공인회계사, 세무사, 건축사, 법무사, 건설업계 관계자 등 직종별 전문가도 1명씩 모집한다.
이들은 네트워킹은 물론 국내외 사례를 토대로 사업 추진 노하우를 교육받는다. 업계 침체 속에서도 전국적 이슈를 불러 모았던 서울 한남4구역과 같은 성공 사업장을 현장 답사하며 어떻게 사업을 추진하는지 몸으로 익힌다. 강 교수는 “시행 단계별로 겪는 애로 사항을 체계적으로 정리해 시스템을 기획하고 시공사와의 분쟁 조정, 자금 조달, 분양에 이르는 모든 단계의 노하우를 익히도록 돕겠다”며 “전문가 그룹도 교육 과정에서 수십 명에 달하는 조합장들을 한자리서 만날 수 있으니 ‘윈윈’이 될 것이다. 비수도권에서는 처음 시도하는 교육과정으로 벌써부터 관심이 뜨겁다”고 말했다.
대학원뿐만 아니라 강 교수는 올해 9월부터 동아대 부동산투자개발학과 학사 신입생을 모집한다. 성인 학습자를 대상으로 4년제 대학생 과정을 진행하는데, 이들의 일정을 고려해 매주 토요일 또는 사이버 수업으로 강의를 펼칠 계획이다. 이 같은 시도를 통해 후발주자인 동아대가 부동산 교육 분야의 신흥 강호로 떠오를 것으로 기대된다.
부산지역 부동산 전망과 관련해 강 교수는 올해 중순께 해운대 신시가지 등이 노후계획도시 정비사업 선도지구에 포함되고, 금리 인하와 지방 건설업 부양책 등이 함께 시행된다면 지역 분위기도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 교수는 “분당 아파트값이 순식간에 급등한 것처럼 신시가지 내에서도 역세권에 위치한 대단지를 중심으로 가격이 오르기 시작할 전망”이라며 “경기 침체와 정치적 불안 등으로 상반기까지는 침체가 이어지겠지만, 상황이 해소되면 해운대구나 수영구 등을 필두로 시장이 활기를 되찾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미 예견돼 있는 신규 아파트 공급 부족 현상도 부동산 시장의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강 교수는 “부산은 물론 전국적으로 앞으로 수년간 공급 부족이 예정돼 있기 때문에 전셋값을 들어 올리며 결국 매매 시장에까지 충격을 줄 수 있다”며 “공급난을 풀어낼 정부 차원의 정책이 필요하고, 투자자들은 이 같은 상황에 미리 대비해야 한다”고 짚었다.
1967년 강원 철원군에서 태어난 강 교수는 춘천고와 건국대 부동산학과를 졸업했다. 같은 대학원에서 부동산학 석사, 강원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4년 3월부터 동의대 교수를 지냈고, 2005년에는 영남 최초로 부동산대학원을 설립하는 등 지역 사회에서 역할을 해왔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